[취재여록] '선출'된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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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은행들이 돈을 내는 만큼 은행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이익단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익과 입장을 정책결정과정에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은행산업개편과 자율경영시대를 앞둔 최근엔 더욱 그렇다.
적어도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운동"이라는 명분으로 어느날 갑자기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대출금리를 1.0%포인트 인하키로 결의하는 "촌극"을
더이상 연출하지 않아야 한다.
12일 제5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된 이동호 전내무부장관도 이런 책임을
선뜻 공감하는 눈치다.
취임일성이 "이제 은행도 세계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은행
대변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재무관료출신이 은행산업발전을 위해 오히려 낫다"는 은행가의 평가는
"이회장의 은행경험이 고작 2년(산업은행총재)밖에 안되고 은행연합회장이
집권당의 지구당위원장을 겸하는 것은 문제"라는 폄하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회장의 능력이 아니라 선출과정이다.
이회장은 당초 연합회장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후보로 천거돼 압도적인 표차로 회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재정경제원의 간섭이 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재경원고위관리가 은행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조요청"을 했다는
건 더 이상 얘기거리도 아니다.
신임 이회장조차 "지난주 목요일 당국의 내락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을 정도다.
은행장들이 상급기관인 재경원의 "눈치"를 심하게 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경원의 "뜻"대로 신임연합회장이 결정된 셈이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데는 물론 투표권자인 은행장들이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재경원의 전화 한통으로 은행이익을 대변해야하는 은행연합회장이
결정되는걸 보면 국내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어나기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하영춘 < 경제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
은행들이 돈을 내는 만큼 은행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이익단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익과 입장을 정책결정과정에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은행산업개편과 자율경영시대를 앞둔 최근엔 더욱 그렇다.
적어도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운동"이라는 명분으로 어느날 갑자기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대출금리를 1.0%포인트 인하키로 결의하는 "촌극"을
더이상 연출하지 않아야 한다.
12일 제5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된 이동호 전내무부장관도 이런 책임을
선뜻 공감하는 눈치다.
취임일성이 "이제 은행도 세계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은행
대변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재무관료출신이 은행산업발전을 위해 오히려 낫다"는 은행가의 평가는
"이회장의 은행경험이 고작 2년(산업은행총재)밖에 안되고 은행연합회장이
집권당의 지구당위원장을 겸하는 것은 문제"라는 폄하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회장의 능력이 아니라 선출과정이다.
이회장은 당초 연합회장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후보로 천거돼 압도적인 표차로 회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재정경제원의 간섭이 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재경원고위관리가 은행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조요청"을 했다는
건 더 이상 얘기거리도 아니다.
신임 이회장조차 "지난주 목요일 당국의 내락을 받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을 정도다.
은행장들이 상급기관인 재경원의 "눈치"를 심하게 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경원의 "뜻"대로 신임연합회장이 결정된 셈이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데는 물론 투표권자인 은행장들이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재경원의 전화 한통으로 은행이익을 대변해야하는 은행연합회장이
결정되는걸 보면 국내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어나기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하영춘 < 경제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