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군 상리터널.

경부고속철도가 지날 터널이다.

서울기점에서 40.5km 떨어진 곳으로 터널길이는 2천2백60m로 예정돼 있다.

그런데 이 터널에서 지하 최단 18m 지점에는 22개의 폐갱도가 벌집처럼
깔려 있다.

경부고속철도가 지날 선로 위뿐만 아니라 아래에도 거미줄처럼 갱도가
뻗어 있다.

갱도의 총 규모는 무려 50만입방m.

그래서 이곳은 만약 설계대로 경부고속철도가 놓인다면 붕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13일 오전 국회 건교위 소속 여야의원 23명이 바로 이 상리터널을 찾았다.

경부고속철도의 전반적인 부실공사 상황을 다루기 위한 진상조사소위를
구성하기에 앞서 부실정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헬멧을 쓰고 우비에다 장화까지 신고 갱도를 따라 3백m까지 들어갔다온
여야의원들은 "한마디로 충격"이라고 일성을 올렸다.

그들은 "고속철도 설계를 맡은 회사가 현장에 한번만이라도 와봤다면
이곳으로 노선을 놓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진재의원(신한국당)은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교위에서 상리터널에 위험을 지적하지 않았더라면 공사가 강행됐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건교위에서 문제점을 지적한후 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상리터널 노선을
변경키로 하고 교통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준 상태이다.

백남치 건교위원장은 폐갱도를 답사한후 "김영삼 대통령도 여러차례 경부
고속철도의 부실시공에 대해 보고를 받고 공기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게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며 "진상소위를 구성, 국회차원의
결연한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국당측 소위위원으로 내정된 김무성의원은 "노선변경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진상소위는 앞으로 경부고속철도 설계단계부터 관련된 인사들을
증인으로 불러 책임을 묻고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회의 건교위 간사인 김명규의원은 "지금과 같은 부실시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부산까지 고속철도를 건설하기보다는 우선 서울 대전간만 완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성=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