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이미 30년전에 방카슈랑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64년 4월 5.16 군사정권 시절.

손해보험사의 화재보험인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 화재보험
공동인수 사무소"란 조직이 손해보험협회에 생겼다.

이후 보험사는 은행이 알선하는 화재보험을 나누어 챙겼다.

화재보험을 끌어 오기 위해 모집조직을 통해 뒷돈을 뿌리지 않아도 됐다.

은행은 차용인의 건물 공장 집 등 담보물에 대한 화재보험증권을 확실하게
받으니 속편했다.

혹시 담보물이 불이라도 나면 보험금으로 채권을 확보할수 있어서다.

은행과 보험이 "저비용 고효율"이란 방카슈랑스의 이점을 맛본 것.

이런 화재보험 POOL제도는 전두환 군사정권하인 81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손보사들의 자율경쟁을 막아선 안된다는 취지였다.

방카슈랑스란 말조차 없었던 시절 은행.보험의 상품 연계판매로 "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때로부터 30년이 흐른 96년 11월13일 오전 10시 은행연합회
회의실.

방카슈랑스부대 창설작전을 논의하기 위해 8개 은행의 상품개발 담당자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보험사에서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말고도 노후복지연금보험 등 저축성상품을
팔고 있다.

은행에서도 보험을 팔수 있어야 한다"

방카슈랑스 조기도입 주장이 쏟아졌다.

상대편 진영인 보험군영.

"방카슈랑스가 소비자에게 좋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험시장이 성숙하기 전에는 턱도 없는 소리다"

우리나라의 민영보험 가구당 가입률은 51%.

가구당 가입률이 70%이상인 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보험이 생활필수품이다.

따라서 우리같은 연고판매보다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선택이 대부분이다.

이강환 생명보험협회장은 "가구당 가입률을 70%이상으로 끌어올릴 때까지는
설계사 조직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권의 조기실시론과 보험권의 시기상조론을 놓고 재정경제원 나리들이
요즘 고심중이다.

과천사무실에는연일 "우리는 봉입니까"라며 보험쪽에서 전화가 빗발친다.

OECD쪽에서는 "보험시장 개방에 무슨 조건이 그리 많냐"며 핀잔이다.

한국개발원(KDI) 나동민 박사는 "사실 방카슈랑스 시기상조론은 궤변이다.

보험모집 조직의 대량 모집.대량 탈락의 악순환을 끊고 소비자에게 싼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방카슈랑스의 조기실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산업의 한국판 빅뱅을 기대한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