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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임정덕/최병호 공저
** 출판사 : 비봉출판사
** 추천사 : 한경서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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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과 지방의 갈등과 대립이 인류 정치권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지난번 지방선거가 임박했을 때 중앙의 한 고위공직자는 우리나라에서
정부는 중앙정부만 있는 것이며, 지방은 정부가 아니라 자치단체라고
말해 지방인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분명하게 사용하면서 매우
온건하고 설득력있는 논리로서 지방화시대에는 지방정부가 지역산업정책의
주체가 돼야 함을 강조한다.

경제학자들이기에 표현은 매우 부드럽지만 속에 담긴 주장이 단호해
중앙정부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어떤 시도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중앙정부를 대신해서 지방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도권을
장악해야만 하는 두가지 이유를 차례로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수성과 다양성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체성과 자율성이
확립되어야만 하며 이는 중앙집권적인 개발방식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첫번째 이유보다는 좀 더 정치적이다.

지역의 일은 지역주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의 발전은 직접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수준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 데, 이처럼 중요한 과제를 중앙정부에 맡겨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과거 중앙정부가 양적인 성장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방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돼왔고 이 점이 오늘날 지방이 안고있는
어려운 문제들의 주된 원인이라 설명했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발전의 궁극적 목표도 지역주민들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지역경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지방정부는 필요한 인력 경험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민간경제와의 협조체제를 원만하게 구축할 수 있을까.

또 지역간, 혹은 중앙정부와의 예상되는 마찰을 생산적으로 해소할
조정메커니즘이 우리나라 현실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이와같은 물음에 대해 이 책은 균형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형과 지방정부 주도형 지역산업정책의 장단점을 치우침없이
비교한 뒤 예상되는 갈등의 유형과 해소방안에 대해 사려깊게 고찰하고
있다.

또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며 지방정부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지역산업정책 수단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개발의 논리에 밀려 소홀해지기 쉬운 환경보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지역산업정책의 예로서 부산지역의 발전계획을
설계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한이양을 넘어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하여 민간의 협력과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문제및 선진외국의
경험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조사 연구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 저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기대한다.

이경태 < 산업연구원부원장>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