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14일 잠실 반포 등 5곳의 저밀도아파트지구 재건축에
대한 용적률, 건물높이, 세대밀도, 평형제한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
최종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1년이상 끌어온 재건축조합과 서울시사이의 갈등은 해소되고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의 몇가지 점에서 이번 합의를 무조건 환영할 수만은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건설행정의 원칙을 확고히 제시해줄 것을 정책
당국에 촉구한다.

첫째로 전체주택수를 총가구수로 나눈 비율인 주택보급율이 80%선에
불과하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의 비율은 훨씬더 낮은 우리현실에서
5만가구가 넘는 지은지 20년 안팎의 멀쩡한 집들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한예로 잠실1단지지역의 재건축비용만 1조원 가까이 추산되는데
우리경제에 그럴 여유가 있는가.

게다가 이들 지구의 80%이상이 소형아파트인데 대책없이 재건축이
추진되면 전.월세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다음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재건축으로 인한 교통난및 주거환경의 악화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용적률을 285%로 높여 재건축할 경우 자동차수가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가뜩이나 부족한 사하수도시설및 녹지공간이 더욱 악화될텐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물론 국민소득이 10,000달러 이상으로 늘어난 마당에 중대형아파트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급격한 생활수준에 걸맞게 낡은 아파트를 고쳐 지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주거수준향상 못지 않게 주변지역 나아가 지역사회의
균형있는 발전도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주택난해소 주거환경개선 등에 못지않게 강조해야할 대목은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적절하게 환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단 재건축이나 재개발 뿐만아니라 토지이용 용도변경,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여부 등에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수많은 비리가 발생했도 수서사건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럴수록 관련업무의 처리방침이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개발이익은
최대한 환수돼야 한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들이 폭넓게 참여해야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이번 재건축기준합의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정부와 서울시는 내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민원발생을 원치
않았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고려에서 이해집단의 목소리에 쉽게 흔들린다면
이후에 비슷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서울은 인구가 1,000만이 넘고 정지 경제 문화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대도시다.

그렇지만 이렇다할 도시계획도 없이 급팽창한데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도시기능과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정조치들이 변변한 대책없이
졸속으로 시행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걱정되는 일이다.

다가오는 21세기에 세계화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서울시는 대안있는 책임행정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