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제철업진출은 결국 어렵게 됐다.

통상산업부가 제출한 "현대그룹 일관제철소 건립불퍼" 안건을 논의한
공업발전심의회(위원장 김세원서울대교수,공발심)에서는 대체로 통상산업부
의 방안을 지지하는 발언이 많이나왔다.

통산부는 이에따라 일관제철소 건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을
최종 확정, 앞으로 제철업에 신규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일부위원들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등 관계부처도 "신규진입을 막는
것을 펴 두고두고 논쟁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공발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있은 직후에선지 이날 회의는 출발부터
난항을 겪었다.

일부위원들이 통산부의 안건설명 직전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통산부가
건립불허로 미리 방침을 정해 놓고 공발심을 개최한 것은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 회의가 50여분 늦게 시작됐다.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찬반양론 발제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곧바로 토론으로 들어갔다.

<>.위원의 3분의2가 통산부산하단체나 정부관계자여서 통산부의견 지지가
많았으나 찬성위원들 중 상당수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간위원들은 "사업계획서 제출전에 정부가 먼저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설득력이 약한 만큼 분명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일부 위원은 "현대그룹의 사업계획서를 받아 보고 심도있게 논의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측 참석위원중에서도 일부는 "현대그룹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서가 없어 공정경쟁 여부를 따질수는 없다"면서 "통산부가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산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한 위원은 언론계 2명과 전경련
노총측 참석자등 모두 4명이었고 10여명이 적극적인 찬성의견을 말했으며
나머지 위원들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위원장은 공발심의 객관성이나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공발심이 중대한 산업정책 결정의 자문기구로서
충분한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위원장은
"인원구성이나 소속을 보면 말을 안해도 잘 알지 않느냐"며 "더이상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공발심이 정부에 자문역할을 다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일부
위원들이 회의를 한번 더 열어 논의해 보자는 건의를 하기도 했으나 일단
공을 정부쪽에 넘기기로 했다"며 "어차피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

<>.안광구 통상산업부 차관은 이날 공발심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공발심
에서 민관협의를 거친 결과 위원 다수가 통산부안을 찬성함에 따라 정부는
일관제철소를 어떤 기업에게도 허용치 않기로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차관은 "정부 방침이 결정됐음에도 불구, 일관제철소 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건립규제 정책을 펼 계획"
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현대그룹이 정부방침에도 불구하고 제철업 진출을 추진할 경우 입지
확보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관련기술 도입, 외자도입 등 제철업 진출과
관련된 절차를 밟을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 박기호.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