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란 사실에 대한 법적인 가치판단이므로 사실이 어떠했느냐는
"사실 인정"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다툼이 있을 경우엔 어느 것이
객관적 진실이냐를 규명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일 소송체계는 소송목적에 따라 객관적 진실규명에 두가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실 적 진실주의"를 택하고 있고
민사소송법은 법질서의 안정을 위해 "형식적 진실주의"를 우선시키고
있다.

따라서 형사사건에 있어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강제적인
수단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고 민사사건에선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에
주로 의존하게 된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12.12"와 "5.18"사건 2심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강제구인된 것은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 선택한
방법중의 하나였다고 생각된다.

최 전 대통령은 "12.12"와 "5.18"사건 당시 국정의 최고책임자로 가장
사실을 잘 알수 있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증인소환에 불응했었고 2심 역시
불응해서 강제구인까지 당하게 된 것이다.

법에 따라 그는 부득이 출정은 하게 됐지만 역시 선서와 증언은
거부했다.

형소법 150조에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들 소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는 증언서부의 이유를 "국익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
이라고만 되풀이 설명하고 있었 하긴 실채적 진실주의도 소송법상의 이익에
우선하는 소송법외에 이익이 있을땐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공무로 알게된 사실"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 증언을
서부할수 있는 것이다 (147조).

그러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란 주관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객관적이어야 한다.

재판부가 전직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했다는 사실자채가 개관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반문하고 싶다.

재판부는 공판과정에서 전직대통에 대한 대우를 깍듯이 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선서와 증언을 서부한 것은 국민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이같은 행위는 형소법 161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없는한 "5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된다.

최규하씨 개인은 79년 "10.26" 사건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후 12월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1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불과 8개월뒤인 80년
8월에 사임한 불우했던 전직 대통령이다.

그런 최씨의 강재구인과 증언거부 광경을 보게된 국민들의 심정은
그에 못지않게 착잡할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