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순항하던 정기국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로 예측불허의 험로에 접어들고 있다.

국회는 15일 통일외무 재정경제 환경노동위등 3개 상임위를 시발로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비준 동의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으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측이 동의안처리를 적극 반대하고 나서 진통을 겪었다.

특히 소관상임위인 통일외무위는 이날 개회에 앞선 간사모임에서 절충을
시도했으나 오는 19일 오전 10시 다시 일정을 논의하자는데 합의했을 뿐
상정여부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통일외무위 박관용위원장은 직권으로 OECD 가입비준동의안과
한.OECD간 특권 및 면제에 관한 협정비준동의안을 각각 상정했다.

그러나 야당측은 위원장의 직권상정에 위법소지가 있다며 물고 늘어졌다.

검사출신인 이건개의원(자민련)은 "간사회의에서 일정이 합의되지
않았음에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회의사국의 유권해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측은 또 지난 14일 귀국, 참고인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중수
주불공사(OECD가입준비업무담당)의 설명을 들을 수 없다고 버텼다.

양성철(국민회의) 이동복의원(자민련)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3당
간사회의에서 일정을 협의하기로 한만큼 오늘 심의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시처럼 공청회 등 심도있는 심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야당측주장에 대해 여당측은 정치공세라는 시각을 보이며 신속
처리를 주장했다.

김명윤의원(신한국당)등은 "심도있는 토론을 하려면 상정부터 해야 하는데
야당측은 상정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야당측 태도를 비난했다.

박위원장은 여야간 논란이 계속되자 "간사들에게 충분한 협의기회를
줬음에도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해 위원장직권으로 상정한 것"이라며 "간사
회의에서 협의하라"며 정회를 선포해 이날 OECD공방을 일단락지었다.

이날 공방은 외관상 여당이 위원장의 직권상정에, 야당은 심의지연에 각각
성공하는 무승부로 판가름났다.

그러나 앞으로 여야간 대결구도는 전면전 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국당은 이날 고위당직자회의 등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OECD 비준안을 민주당의
지원을 엎고 표결대결을 벌여서라도 반드시 처리한다는 내부 입장을 재확인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여당측의 제도개선특위에 대한 태도에 큰 변화가
없는한 물리적 저지도 불사한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결국 야권이 연계대상으로 삼고 있는 제도개선특위의 19일 전체회의 결과가
OECD비준안처리를 포함한 앞으로의 정기국회 모양새를 좌우할 전망이다.

여야가 절묘한 해법으로 막판에 파국을 면할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재로서는
OECD 비준안 처리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확대되며 정면충돌로 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