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험한 세상의 바람막이이자 희망의 거처인 가정.

사회가 어두울수록 가족의 소중함은 더욱 절실해진다.

잉그마르 베리히만감독이 ''화니와 알렉산더''에서 들려주는 얘기는 사랑과
이해로 충만한 한 대가족의 따뜻한 삶이다.

그가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선언한 이 영화에는 삶의 높낮이를 모두
지나온 노감독의 인생철학과 깊은 관조의 세계가 담겨있다.

영화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장면으로 시작해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파티로 끝맺는다.

주인공은 극장주 오스카의 자녀인 화니와 알렉산더.

성대한 만찬과 왁자한 웃음으로 저택은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아버지가 연습도중 무대에서 갑자기 숨을 거둔 뒤 이들은 재혼한
엄마를 따라 엄격한 목사의 집으로 들어간다.

지나친 금욕생활과 편집광적인 목사에게 시달리던 이들은 다락방에
감금됐다가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한다.

감독은 옛집에 돌아온 이들이 다시 평온을 찾는 과정을 통해 화면속에
다채로운 삶의 모자이크를 그려 넣는다.

이들의 눈에 비친 두개의 세계, 즉 풍요롭고 행복한 오스카집안과
냉혹하고 위선적인 목사가족의 대비는 현대사회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대목이다.

사람사는 얘기는 영화나 현실이나 별다를게 없다.

감독은 다시 모인 오스카일가의 환한 웃음을 마지막으로 비추면서 결국
우리가 닿을 낙원은 위선의 울타리안에 갇힌 관념세계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가득한 가정안에 있다고 말한다.

82년 제작돼 아카데미 4개부문상 및 10여개 국제영화상을 휩쓴 작품.

바흐와 모차르트의 선율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16일 동숭시네마텍 개봉)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