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 국제협약의 수용은 무한경쟁 국제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한 우리의
선택이다.

없는 자원을 외국에서 사야 하고, 좁은 시장을 밖으로 넓혀야 하고, 부족한
기술을 얻는데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하고, 열심히 노력해 잘 만든 상품은
제값을 꼭 받아내야 하고, 이런 이유로 우리는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늦출수가 없다.

그러나 국회는 OECD 가입비준 동의안 처리를 놓고 지금 여당과 야당이 밀고
당기는 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80년대말부터 OECD와 정책협의를 시작했고, 오랫동안 규정검토와 내부준비를
거쳐 18개월여전에 가입 신청을 한후, OECD 11개 상임위원회의 집중적인 심사
와 정책검토를 거쳐 지난달 가입 초청 결정을 받아 가입 협정에 가서명까지
했는데, 이제 비준동의를 국회가 정치적 연계협상의 대상으로 삼아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OECD 가입 비준은 정쟁의 볼모가 돼서는 안된다.

OECD 가입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을 이룬 국민
과 기업의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로부터의 인정이다.

현 정부가 치적으로 삼을 성과도, 야당이 나서서 막아야 할 위험도, 모두
아니다.

OECD 가입비준은 우리 국민이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고 책임있는 구성원이
되기를 원하며 그럴 의지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선언이다.

그런 점에서 절대다수의 지지로 통과된다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APEC 정상회담과 김영삼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등정 이전에 비준될수
있다면 외교적으로도 보탬이 될 것이다.

정부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왔고 많은 국민과 기업이 미래 지향적 시각에서
희망하는 선택을 정치적 기회주의로 무산시킨다거나 훼손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좀체 우려를 떨치기 힘든 까닭은 지난주의 3개 관련 상임위심의가
여-야의 정쟁대결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고, 18~19일의 3당 총무와 국회
제도개선 특별위원장 4자회담도 정치색이 짙은 예산안 처리나 정치자금법,
검.경 중립관계법 등 제도개선 현안과 연계시킬 것 같기 때문이다.

OECD 가입 비준안은 다른 사안과 연계시켜 처리할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 심의되고 동의여부가 결정돼야 할 사안이다.

선택은 이미 내려진 것이며 중요한 것은 가입 이후이다.

OECD의 회원국으로서 선진화된 제도, 성실한 정보분석, 국제적인 감시를
바탕으로 우리자신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익의 몫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OECD 가입비준으로 모든게 끝나는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고 출발을 알리는 신호일 뿐이다.

OECD 가입의 실익을 최대한 빨리 챙기기 위해서는 자유화와 함께 경제주체의
책임의식이 높아지고 경제가 튼튼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해야할 일도 많다.

우선 신규가입 2년후의 검토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대외적으로 이미 약속한 금융 외환 투자자유화 계획의 이행의무
를 성실히 완수해야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소모적 논쟁은 그만하고 가입이후 할 일에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