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아마 85년이었을 것이다.

대학(서강대 물리학과)1년생이었던 김진호씨(32)가 사업밑천만들기에
착수한 것이.

어린 마음이었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꼭 내 사업을 한번 하고 싶었던 것.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같은과의 뜻맞는 몇몇 친구들을 포섭해 한달에
몇천원씩이라도 조금씩 적금을 부어 나갔다.

계주는 어머니가 맡아 주었다.

졸업후 잠깐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축액도 몇천원에서 몇만원으로
불어났다.

이렇게 조금씩 10여년을 모은 돈이 4,000만원에 이르렀다.

그다지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미련없이 머물던 직장(한샘 퍼시스)을
박차고 나왔다.

"나은 세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은 세상"이 추구하는 바는 정보의 홍수속에서 개인 혹은 기업이 각종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어떻게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각종 전시회에 직접 참가해 이를 영상물로 제작,
필요한 기업체에 제공하는 웩스-미디어사업이 대표적인 예.

"대기업들은 해외무역부나 자체 지사망을 갖고 있어 해외전시회등 각종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엔 요원한 일이지요.

이들을 위해 전시회 영상물과 카탈로그를 제공하고 다양한 산업관련
정보들을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건축전시전인 "바타마''95"에 참가했으며 올 2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바우텍''96"에도 갔다왔다.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일을 하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많다.

어느 자동차 전시회에 참가했을 땐 주최측에서 촬영허가를 내주지 않아
허가를 받는 데만 꼬박 두달을 매달려야 했다.

수백권에 이르는 전시회 참가업체의 카탈로그를 일일이 챙겨 들여오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입국할땐 운송료를 더 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국과 옥신각신한 일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런 경우 전시회주최측에서 홍보를 위해 운송료전액을 부담해 주는
일이 많았다고.

"나은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천리안
웹가이드 서비스(go wedg)도 제공한다.

지난 9월부터는 네티즌들을 위해 국내 주요 사이트를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DiR 사이트(www.dir.co.kr)"를 개설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여기서는 국내 웹 사이트들을 과학 의학 문화 오락 컴퓨터등 12개의
대주제로 나누고 관련단체 및 기관, 학술자료 및 논문 해외동향등의
서브주제로 재분류해 놓았다.

올 연말에는 인터넷 전문 매거진 "W3"를 발간할 예정이다.

한달에 두번 격주로 발간해 서울지역의 전대학, 시내 주요 오피스 타운과
유명장소, 주요 컴퓨터매장등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나은 세상"의 멤버는 김사장을 포함해 13명.

모두 20대후반에서 30대초반까지의 신세대들이다.

젊은이들답게 MT도 분기에 1번은 반드시 갖고 매달 1,3주 화요일에는
전직원이 참가하는 볼링대회도 마련해 화합을 다진다.

"작은 회사이다 보니 조직내 융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업무상의 실수는 용납해도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대처하는 편입니다"

내년 봄쯤엔 정말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김사장의 말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김재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