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말총이나 제수용 과일 등을 제때에 거둬들여 일순간 벼락부자가
되는 허생의 이야기는 돈벌기 쉽지 않은 현실에 대리 만족을 주어 통쾌한
면이 있다.

그러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윤리적 문제로 그 뒷맛은 개운치 않다.

기업 인수에 있어서도 이러한 매집 행위를 통해 시세외 차익을 노리는
그린메일 (Greenmail)이 있다.

그린메일은 기업의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매집을 통해 공개 매수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프리미엄을 받고 당해
회사에 주식을 넘기는 행위이다.

이는 한때 미국에서 방어를 위한 지급 형태의 하나로 성행하였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그린메일은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회사가 그린메일에 응했다고 할 경우 제3의 그린메일러가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방어 수단으로서는 비효과적이며, 그린메일러와
일반 주주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차별적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있다.

법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여 주주간 소송도 잇따랐다.

이러한 관계로 미국내 7개 주에서는 일정한 주식 보유 기간을 넘지
않는 그린메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반그린메일 규정을 채택하고 있다.

세무적으로도 그린메일에는 엄격하여 지급된 프리미엄의 50%를
그린메일러에 대해 과세하고 있고 현금 및 주식 지급뿐만 아니라 기타
상호간의 염매행위에 대하여도 인정 과세하고 있다.

이런 관계로 그린메일이 현재 그 발생지인 미국에서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손쉽게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 중개인들과 연계된 작전 세력이 최근 변칙적인 그린메일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자성이 요청되고 있다.

사실 허생은 소설 속의 인물일 뿐인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