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델라웨어주의 조그만 도시
윌밍턴시에는 연 매출 450억달러 종업원 15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
화학메이커인 듀폰사의 본사와 중앙연구소가 있다.

200년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나일론 섬유를 비롯 테프론 프레온 대체물질
등 세계 최초의 신물질을 많이 개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지난 10월 워싱턴을 방문한 길에 듀폰 본사와 연구소를 시찰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처럼 오랜기간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물질을 많이 개발할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술담당 부사장의 안내로 둘러본 듀폰의 중앙연구소는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160만 에이커의 방대한 부지에 60개가 넘는 연구동, 1,000명 이상의 박사를
포함한 5,000명의 연구원, 연간 20억달러에 달하는 R&D 투자, 세계적 화학
메이커로서 손색없는 R&D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듀폰의 성공비결은 이처럼 방대한 R&D 인프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못지 않게 이들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
특유의 특허관리체계가 이들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는 이공계와 법률을 전공하고 대부분이 변리사자격을 갖고 있는
150여명의 특허관리사가 있다.

이들은 기술과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개발된
기술의 출원여부와 특허받은 기술의 사업화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결정과정에서 이들은 철저하게 선행기술 조사사업을 수행한다.

선행기술조사란 연구개발이나 특허출원에 앞서 해당기술이 이미 개발된
기술인지 여부를 사전검색하는 작업인데 듀폰의 특허관리는 무엇보다도 바로
완벽하고 철저한 선행기술조사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하고도 그 연구결과를 특허획득에 번번이 실패하는
국내 기업들은 연간 1,000건이상의 미국특허획득과 계속되는 발명의 성공을
이루고 있는 듀폰사에서 그 비결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