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초 세종때의 과학기기 유물들을 복원, 우리조상들의 슬기를 눈으로
확인할수 있게 됐다.

건국대 남문현교수(건국대부설 한국기술사연구소장)팀은 과학기술처 지원
으로 물시계 자격루, 해시계 앙부일구, 낮과 밤의 시각을 측정하는
일성정시의, 그리고 척도기기인 주척 영조척을 그대로 되살려낸 시작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자격루.

국보 229호로 지정되어 있는 자격루는 현재 덕수궁에 물통외형만이 남아
있는 기계식 디지털 물시계.

남교수팀은 "세종장헌대왕실록" 65권중 "보루각기" 부분에 묘사되어 있는
자격루의 생김새와 작동원리를 토대로 훼손돼 없어진 시보장치까지 재현해
냈다.

이 시계는 제일 윗부분 항아리에서 흘려보낸 물이 아랫부분 기둥형 물통에
유입되면서 시간에 따라 물통내부의 막대형 부표가 일정하게 상승한다.

이때 부표에 차례로 배열해둔 쇠구슬이 일정한 경로를 따라 떨어지면서
시간마다 한번씩 종을 울리며 무슨 시각인지를 알리는 시패를 든 12지신의
동물인형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와함께 밤시간을 다섯으로 나눈 경과 이를 또 다섯으로 구분한 점은
숫자대로 북과 징을 울리도록 되어 있다.

남교수는 "첨단기술만이 살아남게될 21세기에 앞서 전통과학기술의 재조명
은 과학기술문화창달에 필수적"이라며 "훼손됐거나 아예 없어진 전통기기들
의 복원사업을 더욱 활성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