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업인...] '기업총수-외국정상'..누가 누구와 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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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말라카냥궁안 대통령 전용 골프장.
작년 9월 중순 어느날, 이 특설 필드에선 라모스대통령과 김주율 아남그룹
회장이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한가롭게 초원을 거닐며 골프를 치던 라모스대통령은 정규 18홀을 모두
돈 후 김회장에게 못내 아쉬운듯 이런 제의를 했다.
"9홀만 더 돕시다"
''분초 단위''로 빠듯하게 스케줄이 짜여진 라모스대통령으로선 꽤
파격적인 제의였다.
하지만 김회장이 지난 89년 필리핀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하면서
라모스대통령과 스스럼없는 ''골프 친구''가 됐다는 점을 아는 사람에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실제로 김회장은 필리핀을 방문할때 마다 라모스대통령과 골프회동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말라카냥궁 대통령 전용 골프장의 한 홀은 아예 김회장
이름을 딴 ''닥터 김홀''로 명명돼 있을 정도다.
"외국 정상과 국내기업 회장".
어떻게 보면 친하다는 표현이 어색할 것 같은 관계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총수들 중엔 외국의 최고지도자들과 정말 허물없는
사이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 나라에 많은 투자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업과 무관하게
이런 저런 연으로 지란지교를 맺고 있는 회장들도 있다.
총수와 외국정상과의 이런 관계를 기업들은 그 나라에 대한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하다.
나아가 외국정상과 친한 기업회장들은 정부간 껄끄러운 외교문제를
부드럽게 푸는 "민간 외교특사"의 역할을 수행해 내기도 한다.
외국정상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기로 따지면 "세계의 마당발"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이 대표적.
김회장은 특히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대통령, 우즈베크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베트남의 도 무오이 서기장등 3명의 외국원수와
언제든지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즈.
대우자동차 공장 준공일을 임시공휴일인 "양국 친선의 날"로 선포하는가
하면 대우광고에 직접 출연할 정도로 김회장과 교분이 두텁다.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의 경우 국회의원 시절 한.폴란드 경제협력
위원장을 맡으면서 김회장과 알게 돼 지금까지도 돈독한 우의를 다지고
있다.
도 무오이 서기장도 김회장 앞에 지도를 펴놓고 지역개발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로 터놓고 지내는 사이다.
김회장은 이밖에도 루마니아의 일리에스쿠 대통령, 캄보디아의 훈센
제2총리, 수단의 오마라 하산 대통령 등에게도 경제개발 계획 자문을 해주며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정몽구현대그룹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와 각별히 친하기로
유명하다.
정회장은 현대정공회장 시절부터 군수사업 등과 관련해 마하티르 총리와
교분을 쌓기 시작했다.
올초 정회장이 그룹회장에 취임한 직후 제일 먼저 찾아간 외국이
말레이시아인 것도 마하티르 총리와의 이런 관계와 무관치 않다.
이때 마하티르 총리는 정회장을 끌어 안으며 그룹회장 취임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때는 마하티르 총리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 기업인 대표로 참석한 정회장과의 단독 회동을 빼놓지
않기도했다.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은 영국 왕실과 가깝다.
작년 10월 단 한통의 편지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만난 것은 현지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 윈야드 삼성 가전복합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회장과 나란히 공장 시동장치를 당기기도 했다.
이회장은 지난 88년부터 94년까지 국제승마연맹(FEI)의 스폰서를 한
인연으로 승마에 관심이 많은 앤공주(현재 FEI회장)와도 친분관계를 맺고
있다.
김석준쌍용그룹회장은 래플즈시티 콤플렉스등 싱가포르에서 대규모
건설공사를 벌이면서 오작동싱가포르 총리와 특별한 의전절차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사이로 가까워졌다.
특히 화교권에 대한 투자가 많은 쌍용의 경우 김회장은 이광요 전총리와도
절친한 관계다.
김회장의 형인 김석원쌍용그룹 고문의 경우 세계보이스카우트 지원재단
부의장을 지내면서 재단의 명예의장이었던 구스타프 스웨덴국왕과 약 20년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성공시킨 최원석동아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리비아를
방문했을때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이 "최회장은 리비아 역사의 일부분"
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와 막역하다.
구본무LG그룹회장은 국내기업중 인도네시아에 가장 많은 투자계획을
세우면서 수하르토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김승연한화그룹회장의 경우 헝가리의 곤츠대통령,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통령등과 유대관계가 깊고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총리와도 친분이 두텁다.
국내기업 총수들이 외국정상과 맺고 있는 이런 저런 유대들이 그
나라에서의 사업에서 가장 든든한 "백( Back )"으로 작용하는 건 물론이다.
김우중대우회장이 지난 2월 루마니아 대우자동차 현지법인 근로자들
파업때 일리에스쿠대통령을 직접 만나 중재를 요청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대통령이 나서서 범정부차원의 지원을 한 것에 힘입어 대우는 이때
파업을 쉽게 진정시킬 수 있었다.
외국 VIP와의 개인적 친분이 어려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케이스도
있다.
최종현선경그룹회장은 미국 유학당시 시카고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70년대 중반 수차례 사우디
원유를 도입했다.
이런 "능력과시"는 선경이 80년 공기업인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국 정상들과 친한 기업인들은 민간외교의 첨병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이나 오는 200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각국 정상들과의 친분을 지렛대로 활용했다.
과거 우리와 수교관계가 없었던 공산권국가들의 정상들이나 고위층과
우리정부인사들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도 이들의 몫이었다.
재계관계자는 이에대해 "한국기업들이 활발히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데다 외국의 경우 해외기업 투자유치에 국왕 대통령 총리등 최고지도자들이
직접 발벗고 나서고 있는 추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한국기업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가속화되면서 총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현상은 최근 기업인들이 국내에서 받고 있는 대접이나 평가를 새삼 되돌아
보게 한다"고 말한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
작년 9월 중순 어느날, 이 특설 필드에선 라모스대통령과 김주율 아남그룹
회장이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한가롭게 초원을 거닐며 골프를 치던 라모스대통령은 정규 18홀을 모두
돈 후 김회장에게 못내 아쉬운듯 이런 제의를 했다.
"9홀만 더 돕시다"
''분초 단위''로 빠듯하게 스케줄이 짜여진 라모스대통령으로선 꽤
파격적인 제의였다.
하지만 김회장이 지난 89년 필리핀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하면서
라모스대통령과 스스럼없는 ''골프 친구''가 됐다는 점을 아는 사람에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실제로 김회장은 필리핀을 방문할때 마다 라모스대통령과 골프회동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말라카냥궁 대통령 전용 골프장의 한 홀은 아예 김회장
이름을 딴 ''닥터 김홀''로 명명돼 있을 정도다.
"외국 정상과 국내기업 회장".
어떻게 보면 친하다는 표현이 어색할 것 같은 관계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 총수들 중엔 외국의 최고지도자들과 정말 허물없는
사이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 나라에 많은 투자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업과 무관하게
이런 저런 연으로 지란지교를 맺고 있는 회장들도 있다.
총수와 외국정상과의 이런 관계를 기업들은 그 나라에 대한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하다.
나아가 외국정상과 친한 기업회장들은 정부간 껄끄러운 외교문제를
부드럽게 푸는 "민간 외교특사"의 역할을 수행해 내기도 한다.
외국정상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기로 따지면 "세계의 마당발"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이 대표적.
김회장은 특히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대통령, 우즈베크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베트남의 도 무오이 서기장등 3명의 외국원수와
언제든지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즈.
대우자동차 공장 준공일을 임시공휴일인 "양국 친선의 날"로 선포하는가
하면 대우광고에 직접 출연할 정도로 김회장과 교분이 두텁다.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의 경우 국회의원 시절 한.폴란드 경제협력
위원장을 맡으면서 김회장과 알게 돼 지금까지도 돈독한 우의를 다지고
있다.
도 무오이 서기장도 김회장 앞에 지도를 펴놓고 지역개발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로 터놓고 지내는 사이다.
김회장은 이밖에도 루마니아의 일리에스쿠 대통령, 캄보디아의 훈센
제2총리, 수단의 오마라 하산 대통령 등에게도 경제개발 계획 자문을 해주며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정몽구현대그룹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와 각별히 친하기로
유명하다.
정회장은 현대정공회장 시절부터 군수사업 등과 관련해 마하티르 총리와
교분을 쌓기 시작했다.
올초 정회장이 그룹회장에 취임한 직후 제일 먼저 찾아간 외국이
말레이시아인 것도 마하티르 총리와의 이런 관계와 무관치 않다.
이때 마하티르 총리는 정회장을 끌어 안으며 그룹회장 취임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때는 마하티르 총리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 기업인 대표로 참석한 정회장과의 단독 회동을 빼놓지
않기도했다.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은 영국 왕실과 가깝다.
작년 10월 단 한통의 편지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만난 것은 현지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 윈야드 삼성 가전복합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이회장과 나란히 공장 시동장치를 당기기도 했다.
이회장은 지난 88년부터 94년까지 국제승마연맹(FEI)의 스폰서를 한
인연으로 승마에 관심이 많은 앤공주(현재 FEI회장)와도 친분관계를 맺고
있다.
김석준쌍용그룹회장은 래플즈시티 콤플렉스등 싱가포르에서 대규모
건설공사를 벌이면서 오작동싱가포르 총리와 특별한 의전절차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사이로 가까워졌다.
특히 화교권에 대한 투자가 많은 쌍용의 경우 김회장은 이광요 전총리와도
절친한 관계다.
김회장의 형인 김석원쌍용그룹 고문의 경우 세계보이스카우트 지원재단
부의장을 지내면서 재단의 명예의장이었던 구스타프 스웨덴국왕과 약 20년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성공시킨 최원석동아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리비아를
방문했을때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이 "최회장은 리비아 역사의 일부분"
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와 막역하다.
구본무LG그룹회장은 국내기업중 인도네시아에 가장 많은 투자계획을
세우면서 수하르토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김승연한화그룹회장의 경우 헝가리의 곤츠대통령,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통령등과 유대관계가 깊고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총리와도 친분이 두텁다.
국내기업 총수들이 외국정상과 맺고 있는 이런 저런 유대들이 그
나라에서의 사업에서 가장 든든한 "백( Back )"으로 작용하는 건 물론이다.
김우중대우회장이 지난 2월 루마니아 대우자동차 현지법인 근로자들
파업때 일리에스쿠대통령을 직접 만나 중재를 요청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대통령이 나서서 범정부차원의 지원을 한 것에 힘입어 대우는 이때
파업을 쉽게 진정시킬 수 있었다.
외국 VIP와의 개인적 친분이 어려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케이스도
있다.
최종현선경그룹회장은 미국 유학당시 시카고대학에서 함께 공부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70년대 중반 수차례 사우디
원유를 도입했다.
이런 "능력과시"는 선경이 80년 공기업인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국 정상들과 친한 기업인들은 민간외교의 첨병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이나 오는 200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각국 정상들과의 친분을 지렛대로 활용했다.
과거 우리와 수교관계가 없었던 공산권국가들의 정상들이나 고위층과
우리정부인사들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도 이들의 몫이었다.
재계관계자는 이에대해 "한국기업들이 활발히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데다 외국의 경우 해외기업 투자유치에 국왕 대통령 총리등 최고지도자들이
직접 발벗고 나서고 있는 추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한국기업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가속화되면서 총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현상은 최근 기업인들이 국내에서 받고 있는 대접이나 평가를 새삼 되돌아
보게 한다"고 말한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