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회계기준을 전세계적으로 통일시키자는 이른바 회계라운드(AR)가 구체화
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세계 각지에서 생산판매 금융활동을 강화함에 따라 기업회계
기준을 전세계적으로 통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는 오는 98년 발효를 목표로 통일된 국제회계기준
(ISA) 제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우리 업계의 시급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때맞춰 세계 유수의 회계법인 회장들의 방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 6대 회계법인의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Price Water
house)의 도미닉 타란티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데 이어 최근 역시 "빅6"에
속하는 쿠퍼스앤드라이브랜드(Coopers & Lybrand)의 니콜라스 무어 회장이
방한했다.

무어 회장을 만나 방한 목적과 회계시장의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

[[ 만난 사람 = 조성근 증권부 기자 ]]

-한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입니까.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회계시장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회계시장의 주요 이슈가 뭔지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회계시장의 세계화에 발맞춰 한국회계법인들이 국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또 한국파트너인 삼일회계법인과 협력체제를 단단히 구축하는 일도 빼놓을수
없습니다.

각종 회계정보와 컨설팅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 한국
에 대한 교육과 기술지원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특히 감사나 세무보다는 컨설팅분야 노하우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회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동남아시아 회계시장은 연평균 15~20%의 고속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국과 일본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회계시장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오히려 앞지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기업들이 국제화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경을 넘나들다 보면 세금문제 법률문제 등 각종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회계법인들의 몫입니다.

따라서 한국회계시장은 잠재력이 무한한 시장이지요.

외국회계법인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이 당연하죠"

-Coopers & Lybrand International에 대해 소개해주시죠.

"세계 각국의 회계법인들이 회원이 되어 결성한 국제적인 조직체입니다.

세계 6대 회계그룹의 하나입니다.

130여개국에 걸쳐 600여 회원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7만명이상의 전문가들이
감사 세무 컨설팅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삼일회계법인이 회원사입니다"

-한국회계법인들은 감사 세무 컨설팅중 감사업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수익선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회계법인들의 수익구조는 어떤지요.

"미국에서 회계법인들의 수익원은 컨설팅 42%, 감사 40%, 세무 18%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감사와 세무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정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컨설팅시장은 성장속도가 빠릅니다.

컨설팅부문에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컨설팅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회계법인 형태를 손해배상에 대해 일정부분만 책임지는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지요.

"미국 대부분 주에서 회계법인이 유한책임회사나 유한책임조합 형태를
선택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법인들은 3년전부터 무한책임회사에서 유한책임조합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피감사인의 도산 때문에 발생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쇄도로 무한책임을
지는 회사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소형 회계법인중에는 아직 무한책임회사 형태로 남아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한국은 외부감사인이 감사할수 있는 회사수를 제한하는 감사수임한도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법적 제도적 제한이 전혀 없습니다.

능력만큼 감사를 하는 것이죠.

전체 회계시장의 95%정도를 6대 대형 회계법인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형 회계법인이 제공하는 회계서비스에 대해 피감사인들이 믿음을
가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서비스의 질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장점유율이 결정되고 있다고 봐야죠"

-한국회계법인들은 회계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화
조직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모두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요.

미국에서도 정부가 회계업계 변화에 간섭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은 전혀 없습니다.

오직 시장지배력에 따라 대형 회계법인들이 높은 목소리를 내게되고 변화가
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인회계사들은 1년에 10명중 2명꼴로 직장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는 회계법인에 소속됐을 때보다 개인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것이 수입이
낫기 때문이지요.

또 회계사들의 목표인 파트너가 되는데 15년에서 20년이 걸리는 것도 이탈을
부추기고 있지요.

이같은 현상은 법인의 조직화를 가로막고 감사인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이직률이 높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직하는 이유는 완전히 틀립니다.

한국이 더 나은 수입을 위해서라면 미국은 산업계의 요청때문이지요.

피감사자들이 우수인력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력이 산업계로 배출되면 회계법인과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게 돼죠.

이는 감사자와 피감사자 모두에게 이득이 됩니다.

미국에서 회계법인은 한마디로 인재양성소입니다.

엄격한 훈련을 통해 우수한 회계사를 양성, 이들을 사회곳곳으로 쏟아내죠.

이것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하나입니다.

또 한국에서는 가장 우수한 인재가 회계법인을 떠나지만 미국은 가장 우수한
인재는 법인에 남고 나머지 인력들이 산업계로 배출되지요"

-회계사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대학졸업자를 2~4주의 기초과정교육을 거친후 실전교육에 투입합니다.

이때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직업윤리 등 필요한 가치교육에도 많은 비중을
할애합니다.

무엇보다 이같은 실전교육이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법률회사와 회계법인이 실전훈련을 잘 시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외부감사대상 법인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수입원이 감사수입인 만큼 피감사자들이 많아야 회계법인들의 파이가
넓어진다는 계산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에서 상장법인과 공적법인을 제외하고는 외부감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법적 규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회계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은행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들이 철저한 회계감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