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77)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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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저승에 온 김에 진종이라는 친구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진종은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에 요절을 하였는데 저승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진종이 좋아하던 여승 지능이 자결을 했다는 말도 있는데
저승에서 진종고 지능이 혼인을 했는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보옥의 말에 남자가 대답했다.
"그런 일은 나와는 상관없으니 저 앞쪽에 있는 저승사자에게 부탁해
보시오"
보옥이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아가 저승사자에게 진종을 만나게
해 달라고 사정하였다.
"진종? 그 사람 저승에게도 유명하지"
"아, 그래요? 무얼로 유명한데요?"
"지능이라는 여자와의 사랑으로 유명하지"
"그럼 진종이 저승에 와서 이승에서 좋아했던 지능이랑 혼인을
하였군요.
빨리 그 두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진종이 어디에 있죠?"
"음행한 자들이 가는 지옥이 있지, 어디에 있겠어?"
저승사자가 불길이 어른거리는 저 아래 지옥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런 지옥에서 어떻게 사랑이 피어날수 있을까요?"
"일생 동안 지은 음란죄를 정화하는 불이 늘름거릴 적마다 진종은 지능
주위를 뛰어다니며 그 불길이 지능에게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
지옥에 있는 자들은 자기가 지은 죄를 다른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지옥불이 이글거릴 적마다 다른 사람이야 어찌 되었건 자기 몸만 피하려고
야단들인데 진종은 지능이 감당해야 할 불길까지 자기가 맡으려고 한단
말이야.
물론 그렇게 불길을 막는다고 해서 지능의 지옥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랑이야.
그 사랑의 힘으로 옥황상제의 긍휼을 입을지도 모르지"
"나도 저 지옥으로 내려가 진종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내려가는 길이 험하지만 가볼 수는 있지.
자네 소원이 정 그렇다면 귀졸을 하나 딸려 보내지.
지옥불도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가 물러가곤 하는데 지옥불이
물러갈 때 잠시 내려가서 만나볼 수 있지"
그러더니 저승사자가 귀졸 한 명을 불러 보옥의 지옥길 안내를
지시하였다.
보옥이 귀졸을 따라 꼬불꼬불 험한 길을 내려가니 마침 지옥불이
물러가고 있는 중이라 사람 만나기에는 좋은 때였다.
진종이 어디 있나 하고 보옥이 둘러보는데, 불에 꺼멓게 그을린
저쪽 바위 뒤에 낯익은 여자 얼굴이 눈에 띄었다.
"아, 청문이"
보옥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
진종은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에 요절을 하였는데 저승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진종이 좋아하던 여승 지능이 자결을 했다는 말도 있는데
저승에서 진종고 지능이 혼인을 했는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보옥의 말에 남자가 대답했다.
"그런 일은 나와는 상관없으니 저 앞쪽에 있는 저승사자에게 부탁해
보시오"
보옥이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아가 저승사자에게 진종을 만나게
해 달라고 사정하였다.
"진종? 그 사람 저승에게도 유명하지"
"아, 그래요? 무얼로 유명한데요?"
"지능이라는 여자와의 사랑으로 유명하지"
"그럼 진종이 저승에 와서 이승에서 좋아했던 지능이랑 혼인을
하였군요.
빨리 그 두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진종이 어디에 있죠?"
"음행한 자들이 가는 지옥이 있지, 어디에 있겠어?"
저승사자가 불길이 어른거리는 저 아래 지옥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런 지옥에서 어떻게 사랑이 피어날수 있을까요?"
"일생 동안 지은 음란죄를 정화하는 불이 늘름거릴 적마다 진종은 지능
주위를 뛰어다니며 그 불길이 지능에게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
지옥에 있는 자들은 자기가 지은 죄를 다른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지옥불이 이글거릴 적마다 다른 사람이야 어찌 되었건 자기 몸만 피하려고
야단들인데 진종은 지능이 감당해야 할 불길까지 자기가 맡으려고 한단
말이야.
물론 그렇게 불길을 막는다고 해서 지능의 지옥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랑이야.
그 사랑의 힘으로 옥황상제의 긍휼을 입을지도 모르지"
"나도 저 지옥으로 내려가 진종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내려가는 길이 험하지만 가볼 수는 있지.
자네 소원이 정 그렇다면 귀졸을 하나 딸려 보내지.
지옥불도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가 물러가곤 하는데 지옥불이
물러갈 때 잠시 내려가서 만나볼 수 있지"
그러더니 저승사자가 귀졸 한 명을 불러 보옥의 지옥길 안내를
지시하였다.
보옥이 귀졸을 따라 꼬불꼬불 험한 길을 내려가니 마침 지옥불이
물러가고 있는 중이라 사람 만나기에는 좋은 때였다.
진종이 어디 있나 하고 보옥이 둘러보는데, 불에 꺼멓게 그을린
저쪽 바위 뒤에 낯익은 여자 얼굴이 눈에 띄었다.
"아, 청문이"
보옥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