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거래의 한 방법으로 기술시장이 테크노마트 등의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널리 열리고 있다.

기술의 개념이 과거에는 주로 생산요소의 하나로 노동과 자본을 결합하는
수단으로만 생각되었으나, 오늘날에는 기술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독자적인
거래대상이 되어 국제 무역상 그 비중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기업이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필요한 기술 모두를 스스로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경제적이다.

일본은 만년 무역 흑자국이며 기술력에 있어도 미국 다음으로 세계
제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술무역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10% 정도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술무역 적자국이다.

산업구조 고도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술도입이 기술개발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기술수출액이 도입액의 10% 정도에 불과하며 기술도입에
대한 로얄티 지급은 13억불 정도, 94년이나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기술 교역이 늘어나고 선.후진국에서 테크노마트가 활발히 열릴 수
있는 국제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기업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R&D(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기술력에 비교 우위가 있는 국가에서는 판매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등 여러나라에서 정부보유기술내지는 국방기술을 민간에게 이전하고
산업화하는 프로젝트가 정부 지원하에 강력히 추진되고 있으며, 또한 지적
재산권 보호가 개도국에서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테크노마트도 일반 시장처럼 이 기술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는 테크노마트는 크게 정보서비스형과
대면 상담형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보서비스형은 기술이전에 관한 수용공급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고 온라인으로 고객에게 정보를 서비스하는 형태이다.

정보서비스형은 국제적으로 미국의 DDA D/B(KIENNER사 제작), UNIDO의
기술이전정보은행(INTIB), UN/ESCA의 아태기술이전센터의 정보은행(METI/
DATA) 등이 유명하며, 국내에서는 국내외에서 자체수집한 기술이전 정보D/B
(WTTI)와 DDA를 도입.운영하고 있는 산업기술정보원 부설의 기술이전정보
센터(TTIC)가 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정보화시대에서는 이같은 정보서비스형
기술시장이 경제적이며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당사가끼리 직접 만나 설명도 듣고 조건을
흥정하는 상담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필요한 기술보율자의 소재나 기술의 적정성 평가
가치판단 이전조건 등의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개별적으로 이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상담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한다.

이런 문제들을 일괄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대면상담형 테크노마트라
할 수 있다.

테크노마트에서는 기술의 이전뿐만 아니라 실시권의 설정 합작투자 기술의
공동개발 등에 대한 상담이 이뤄진다.

기술이전의 경험이 부족한 우리나라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기술시장을
효과적으로 활용, 경제적인 방법으로 자체 기술을 향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면 상담형 국제 테크노마트로 독일 하노바(Hammover
Messe), 영국 버킹검(TECHMART), 동경(Techno Tokyo) 등의 테크노마트가
있다.

서울 테크노마트도 86년 이래 열리고 있어 일본, 미국 등 APEC 여러나라는
물론 기타 아시아 여러 나라와 유럽의 다수 나라에서 테크노마트 공동개최를
요청하고 있을만큼 점차 지명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테크노마트를 세계적으로 발전시키고,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테크노마트 개최사업은 아직은 수지맞는 사업이 아니며, 오히려
참가자를 지원해야 할 형편이므로 기술시장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통산성 지원으로 일본 테크노마트 재단(JTM)을 설립, 일본
국내외의 기술이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86년부터 92년까지 매년 개최되다가 예산 사정으로 중단된 개도국을
위한 테크노마크 사업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OECD 가입으로 개도국 지원사업을 확대해 나갈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도국을 초청하거나 현지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테크노마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개도국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테크노마트 개설자의 경우 공급기술과 수요기술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사전에 조사, 기술수준 및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참가자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를 사전에 제공함으로써 테크노마트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위해서 기술시장 개설자는 분야별 전문 기술인력을 확보하거나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시장운영도 대규모의 백화점식 종합기술시장 형태보다 전문분야별로
예컨대, 환경.식품.제약.전자.통신 등으로 세분화돼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산과 시간의 문제가 있으나 기술시장은 상품 전시와 달리 일반 관람객이
많을 필요가 없다.

기술이전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의 양성 역시 필요하다.

기술시장에는 공급자와 수요자간 협상력에 큰 격차가 있다.

기술평가와 거래조건 등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기술이전정보의 유통기반을 확립하는 방안마련도 중요하다.

매년 기술의 공급과 수요에 관한 정보를 조사.수집하고 국제적인 기술이전
전문기관 및 이들의 기술이전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를 형성, 테크노
마트 기능을 상설화할 경우 국내기업들의 기술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