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이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토대로 18일 내놓은 우리나라 제조업
의 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에 대한 분석자료는 속된 표현
으로 국내에서는 "해먹을 만한 장사가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경영을 위해 제비용을 떨고 은행빚을 갚고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기업여건에서 주주들에게까지 원금에 대한 이자보상을 하려들면
거의 모든 제조업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결과는 매우 중요한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주주들이 원금을 내고 회사를 시작하는 이유는 원금이 잘 커서 큰 소득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주주들의 돈은 결코 "공짜자금"이 아니며 어떤 의미에서는 은행
빚보다도 더 "자본주의적인 기대수익"을 노리는 자금이라고 볼수 있다.

따라서 "주주들에 대한 보상후"의 기업 채산성은 기업이 존재하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본질적인" 근거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거의 모든 제조산업의 EVA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향후 우리경제의 앞날을 조명해볼때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있다.

해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기업의욕이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조업 전체의 EVA가 마이너스 2조4천8백70억원에 달한 것은 그만큼
"내실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외형으로만 성장했을뿐 "속빈 강정"에 다름아니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섬유업의 경우 지난해 EVA는 무려 마이너스 1조6백90억원에 달해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업에 투자된 총 자본의 효율성이 극히 낮은 편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아까운 돈이 별소득없는 곳에 쓰였다는 얘기다.

특히 섬유업의 총투하자본중 EVA비율은 무려 마이너스 6.1%나 돼
자기자본중 6%이상을 그대로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복.모피업의 EVA는 마이너스 1천1백80억원에 달했으며 음식료품업도
마이너스 7천2백70억원을 기록했다.

펄프.종이업도 EVA가 마이너스 3백60억원이나 됐다.

이들 사양업종 대부분은 마이너스 EVA규모가 총투하자본에 대해 2~6%에
달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장사가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정은 목재업 고무.플라스틱업 비금속광물업 1차금속업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우리경제상황에 비추어 도입기에 해당되는 기계.장비업에서도 EVA가
무려 마이너스 1천7백20억원에 달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금 한창 자본이 집중 투입되고 있는데다 자본투입후 이를 회수하는데
걸리는 회임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석유정제업의
경우도 회임기간이 다소 길어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아직 상당기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아직은 EVA가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지난해 석유정제업의 EVA는 마이너스 5천3백50억원이었다.

그동안 큰 폭의 투자확대가 지속되고 있는 자동차산업도 지난해엔 EVA가
마이너스 5천8백40억원이나 됐다.

제조업중에서는 유일하게 높은 EVA를 기록한 영상.음향.통신장비업은
지난해 이례적인 호황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반도체등 전자부품 덕을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 업종의 EVA는 무려 4조2천9백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규모는 타업종에서 입은 마이너스 EVA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반도체호황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EVA는 더욱
나빴을 것임이 자명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EVA가 이처럼 나쁜 데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기업들이
매출액 경쟁등 외형성장에만 치중,정작 내실경영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라는게
LG경제연구원측의 설명이다.

< 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