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경북대 교수 / 경영학>

의료산업은 현재 GE 지멘스 도시바 필립스 등 세계적 초우량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특히 GE는 세계최고의 전자의료기기 업체인 GE 메디컬 시스템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GE 메디컬 시스템은 1백년전인 1896년 설립된 이래 MRI, X-ray,
초음파진단기 등 의료영상진단장치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메디슨은 1985년 설립된 이래 과감한 기술투자와 시장
개척으로 최근에는 차세대 기술인 3차원 영상기술(3D)을 세계최초로
상용화했다.

또 올해부터 세계적 첨단기술로 알려진 MRI를 자체생산하기 시작하였다.

1996년 현재 세계 소형 초음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메디슨은 세계최초로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오스트리아의 크레츠사를
인수함으로써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계 제1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GE와 한국의 중소기업인
메디슨을 단순히 외형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예를 들자면 GE는 올해 7백50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며 전세계에
2백50개 공장과 22만명의 종업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메디슨은 10년 남짓한 기업역사에 올해 1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정도이다.

또한 경영에 있어서도 GE는 잭 웰치라는 걸출한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아래
대형기업의 중량감과 중소기업의 스피드를 결합하는 경영방식으로써 세계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또 메디슨은 젊은 과학자인 이민화 사장의 리더십 아래 한국적 문화토양에
적합한 독창적 경영방식으로써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메디슨의 주력사업인 초음파 분야에 국한하여 비교하면 메디슨의
강력한 추격을 실감할 수 있다.

즉 GE의 의료기기부문 매출은 6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중 초음파 부문은
2억달러 정도로 메디슨의 약 2.5배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매출액 기준 세계순위는 초음파진단기 부문에 있어 GE가 6위이고
메디슨이 11위이다.

기술수준에 있어서도 메디슨의 SA5000과 GE의 RT-MAX, 메디슨의 SA6000과
GE의 LOGIQ200, 메디슨의 SA7000과 GE의 LOGIQ400등은 경쟁품목이다.

적어도 초음파진단기 부문에서는 대등하면서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전체 외형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으나 경쟁부문인 초음파
부문에서는 매출 및 기술 모두에서 서서히 접근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메디슨과 GE의 시장격돌은 메디슨이 GE의 주력사업인 MRI분야에 진출하고
GE가 대 아시아 진출전략을 강화함에 따라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GE와 메디슨의 격돌은 세계적 초우량기업과 국내 벤처기업과의
직접경쟁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또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선진형 경쟁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하여야 하는 우리 실정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전체적 측면에서 메디슨의 사례는 현재 우리경제가 고대하고
있는 선진형 경쟁력 구축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메디슨은 10년이란 일천한 역사와 보잘것 없는 자원을 가지고도
세계최고의 전자의료기기 메이커인 GE와 제한된 사업영역 안에서 직접
경쟁이 가능한 정도의 경쟁력을 구축했다.

둘째 앞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선진 대기업들과의 경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업전략 측면의 대비가 바람직하다.

메디슨의 사례는 선진 대기업과의 대결을 위한 다음과 같은 7가지
전략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승리에 대한 믿음과 용기 <>선제공격 <>적절한 싸움터의 선택
<>혁신적인 싸움방법의 도입 <>전력의 집중화 <>조직의 정예화 <>장기적
관점에서의 일관성있는 경쟁우위 구축이 그것이다.

셋째 정부정책 측면에서 수요중심의 국내기업 육성정책과 의료기기 전문
벤처 기업들의 육성이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

메디슨은 "내수시장 진출 국산화 국제화 세계적 제품의 시판"이라는
단계를 거쳐 창업 10년만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과정중 정부의 국내시장 보호조치는 초기 국산화 단계에서 기업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시장보호정책은 WTO체제 아래에서 그 실현이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 성장 단계의 국내기업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책은 국산장비에 대한 융자 및 정부구매 등을 이용한 국내수요의
진작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또한 기술집약적 제품들은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상호 경쟁하면서
사업화하도록 하는 것이 산업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G7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연구프로젝트 팀,각 대학의 의료공학과, 연구소
등으로부터 연구자들이 활발히 창업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