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산업연 전자/생활산업실장>

전자의료기기산업은 소득향상에 따른 고급 진료에 대한 선호와 고령화
등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이다.

95년 현재 세계 시장규모는 1백84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81년 이후
연평균 8.6%의 높은 성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전자의료기기산업에서 미국은 80년대까지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면서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90년대들어 독일과 일본의 비중이 늘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저가제품의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수요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전자의료기기산업은 70년대 이후 국산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95년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미국이 세계 전자의료기기시장에서 최강국의 위치를 고수할수 있었던
것은 우선 전자의료기기의 개발에 필요한 전자공학 전산공학 기계공학
물리학 화학 등의 공학기술과 의학 생리학 등의 기초기반기술이 잘 발달돼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핵심부품의 개발이 가능하며 나아가 신제품 개발로
연결되는 등 성장기반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GE HP등의 대기업은 MRI CT등의 대형 첨단의료기기의 개발에
주력하고 전문중소업체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부문에 특화함으로써
상호협력적인 분업관계를 형성, 전자의료기기산업의 경쟁력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의료기기산업은 미국에 비해 기술력 마케팅력 등이 매우
취약할뿐 아니라 국내의 타산업에 비해서도 매우 낙후돼 있다.

생산의 48% 정도를 수출하고 있지만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전자의료기기
수출의 비중은 0.0 6%(미국은 0.8 3%)에 불과하고 그것도 초음파진단기
X-선장비 전자혈압계 등 소수 중.저가 품목에 집중돼 있다.

거기에다 국내 시장의 80% 정도를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어 95년
무역적자는 4억 2천4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와같이 국내 전자의료기기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기초기반기술이나
주변산업의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는데 원인이 있다.

80년대 후반 이후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으로 산학협동형태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왔지만 설계 핵심부품 소프트웨어 등의 기초기반기술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또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전자의료기기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와
애프터서비스를 위한 서비스망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 역시 매우
취약하다.

또 국내업체들의 규모가 영세하여 상위 4~5개 업체에 연구개발투자와
기술인력이 집중되어 있을뿐 나머지 업체들은 단순조립생산에만 주력하고
있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구조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취약한 국내 전자의료기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수입대체를 통하여 내수시장을 확보하는 한편 경쟁력있는 제품을 발굴하여
지속적인 기술개발지원과 마케팅력 제고로 수출을 확대하는 등 수요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둘째, 기술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산.학.연 공동연구개발체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기술개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초기반기술및 핵심부품기술을 확보해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생산구조를 고도화하여야 한다.

끝으로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술인프라의 구축, 수출활성화를
위한 EDCF(대외경제협력기금)의 지원확대등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