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해외로 달려가고 있다.

은행들은 대기업의 해외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기업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너나없이 나가고 종금 리스사등 2금융권은 동남아등의
신흥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이같은 "해외진출러시"는 정부가 올해 발표한 해외점포신설자유화방침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10월말 현재 해외점포(사무소 포함)는 4백47개로 대기중인 것을 포함하면
곧 5백개가 된다.

재정경제원이나 한국은행의 내인가를받고도 진출대상국의 인가가 안나
대기중인 금융기관 58개와 신규진출을 타진중인 "미래점포"의 숫자를 합치면
5백개가 훨씬 넘는다.

이런 해외진출러시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진출목적이나 양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만디로 수익을 위해 간다는 것이다.

"과거 은행의 해외점포신설목적은 "다른 은행이 진출하니까 우리도 간다"는
사세과시용, 국제금융전문가교육용, 인사배출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마디로 "돈을 벌러 간다"고 말할수 있다"(백인기 상업은행
국제금융부장)는 것이다.

"국내시장의 미진율이 0.5-1% 수준에 불과한데 비해 동남아 남미국가의
채권에 투자하면 2.5-3%의 마진이 보장된다.

대한종금은 9월한달 해외유가증권투자로만 15억원을 벌었다"(대한종금
이충래감사)는 말도 자랑만은 아니다.

이런 진술이 실적으로도 증명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5년 상반기에 1억2백만달러였던 은행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올 상반기에 1억2천7백만달러로 24.4%가 증가했다.

누적된 부실채권에 시달리는 미주지역에서만 적자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흑자다.

특히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에 주로 투자하는 홍콩등 아시아지역은
당기순익이 6천5백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8.6%(1천4백만달러)나 급신장했다.

특히 홍콩지역은 이런 수익성추구가 뚜렷하다.

홍콩에 진출한 14개은행이 95년도에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종금과 리스사도 올해 신규진출한 5개 회사를 빼고는 올해 모두 흑자다.

은행의 영업은 대부분 한국기업을 상대하는 "코리안 비즈니스"다.

외환은행김영래 홍콩지점장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상사들을 상대로 L/C
구좌를 열어무역금융을 제공하고 수수료수입을 올리거나 공동대출단에
참여해 신흥시장에 대출하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는게 영업의
주종이다"고 밝혔다.

홍콩에 현지법인과 지점을 모두 갖고 있는 외환은행은 한국기업상대는
지점이 전담하고 신흥시장투자는 주로 현지법인이 맡고 있다.

지점이 현지법인보다 순익이 오히려 많다.

국제금융시장에서 LIBOR(런던은행간금리)보다 약 0.5% 미만을 더한 금리로
돈을 빌려 LIBOR에 1-1.5%를 얹은 금리로 대출해 준다.

30대그룹은 조금싸고 중견기업은 다소 비싸다.

반면 종금사와 리스사는 한국기업이 아닌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주로 영업을 한다.

대출기준으로 보면 총대출잔액의 약 90%를 동남아 기업에 주고 있다.

나머지 10%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꿀수 없는 한국중견기업이나 현지인에
대한 대출이다.

70-80년대 부실에 혼줄이난 일본은행들이 동남아등에 대한 대출을 꺼리자
우리나라 종금과 리스사들이 주로 일본계 은행에서 돈을 빌려 동남아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대개 LIBOR+0.6-0.7%의 금리로 자금을 빌려 대개 LIBOR+1.5-3.0%까지 받고
대출해 준다.

대개 최소 1%의 마진은 보장된다.

이들이 국내에서 거두는 마진은 대개 0.5-1.0% 수준이다.

이래서 수익도 좋다.

"서류가방하나 들고서 이나라 저나라 돌면서 대출해줄 기업을 찾는다.
올해 국내금융기관을 위해 대출처를 찾아 주선해 준것만 10건이 넘고 이를
통해 올해중에 66만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이안득 아세아종금 홍콩현지법인
사장은 밝혔다.

70-80년대가 발로뛰는 종합상사맨의 시대였다면 90년대후반은 서류가방하나
든 국제금융 비즈니스맨들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홍콩=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