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잠실 반포등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지구 재건축을
오는99년부터 2010년까지 한해에 1만가구정도씩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이른바 "보완대책"을 내놨다.

7만가구나 되는 이들 저층아파트 재건축을 한꺼번에 허용할 경우 전세
교통 자재등 3난(난)이 심각할 것으로 봐 단계적 개발방식을 택하기로 하는
한편 시에서 직접 교통및 환경영향평가를 실시, "환경친화적 아파트"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20년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아래 멀쩡한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도록 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옳은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만보를
양보해서 재건축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내놓은 어물쩡한
"보완대책"만으로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

우선 재건축에 따른 공공적비용 부담문제가 명확하지 않다.

시정개발원분석에 따르면 잠실아파트지구를 용적률 250%(서울시는
285%까지 허용 결정)로 재건축할 경우 인근 도로건설에 따른 추가
소요비용만도 약5조9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상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시설 등에 소요될 비용을 더하면
그 금액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이 비용을 전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신도시건설을 위해 도로등을 국고부담으로 건설하는 것과 이번 경우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멀쩡한 집을 부숴 이득을 보려는 것이라면 그에 따른 직.간접적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같은 공공시설비용부담에 대한 거부반응을 벌써부터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반면 서울시조차 이 문제에 대한
방침이 100% 명확한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재건축허용
방침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본다.

시에서 직접 교통및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지만 이 역시 미덥지 못한
대목이 없지 않다.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진 숱한 환경파괴를 서울시내 도처에서
보고 있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그 규모가 엄청난 이번 재건축이 지금까지의 재개발 전철을 밟는다면
두고두고 문제거리가 될 것이다.

재건축은 단계적으로 허용하더라도 해당지역 전체의 개발계획이 세세한
부분까지 확정돼야할 것은 물론이고, 그 계획이 도시경관을 우선하는 엄격한
기준아래 마련돼야할 것 또한 당연하다.

이 문제는 재산증식에 급급한 주민들의 민원으로부터 서울시가 얼마나
의연할 수 있느냐와 이어진다.

압구정동 아파트단지의 용적률(200%)을 웃도는 285%가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서울시의 주장, 주민들과의 합의과정에서
"단계적 개발"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던 단견, 선거철을 앞두고 있는 시기
등을 감안할 때 이래저래 걱정스럽기만 하다.

25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허용한 것이 "용적률 제한이 같다면
고층화가 오히려 개방감 일조 시각적 통로 확보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서울시의 강변을 접하면 그런 걱정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서울시는 좀더 건전한 상식과 원칙을 갖고 이 문제를 다뤄야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