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동 <성균관대 교수/기계공학>

난방을 걱정해야 하는 계절이다.

월동을 위해 나무나 근초등 땔감을 준비하던 것도 옛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난로용 석유를 포함한 연료를 준비하는게 일상사가 됐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8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민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따라 에너지소비규모는 80년도의 4,391만TOE(석유환산t)에서 최근
1억5,043만7,000TOE로 약4배나 증가하고 있다.

이를 1인당 소비로 계산하면 80년도 1.15TOE에서 최근에 3.35TOE라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에너지는 인류생활의 1차 목적을 충족시키는 2차적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절약하지 않고 무한정 소비하는 것이 미덕이라고만 볼수는 없다.

전세계적으로 자원이 무진장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에너지의 약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이되면 난방에 쓰일 에너지자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특히 요즈음의 사회변화추세가 에너지 소비추세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생활양상의 변화를 한번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는 정보지향적사회, 고령화증가, 연소자감소, 여성 직장선호,
핵가족화, 사생활보호, 쾌적및 쾌락추구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 에너지 부족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회변화는
고령화와 직장여성증가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화와 관련, 노인과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노인들은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탄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집안에만 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거동을 싫어하는 때문이기도 하다.

이같이 집안에만 있는 노인들을 위해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을
해줘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냉난방은 장년층이나 연소자들에게 보다 더 잘 해 줘야 하며
물리적으로도 고품질이어야 한다.

즉 건강이 취약한 노인들로서는 청정에너지와 에너지의 안정공급이
요구된다고 할수 있다.

냉난방뿐만 아니라 이들이 장시간 집에 체류하면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소비되는 에너지 또한 적은 양은 아닐 것이다.

이같이 오랜 시간 집에 머물면서 소비되는 고품질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절약하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여성의 사회활동도 에너지문제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있다.

최근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가정에서의 전기와 물 소비가 줄고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에너지절약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느정도 절약효과를 낼지는 재고해 보아야
한다.

특히 서울에서는 여성의 출퇴근용 승용차의 정체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주부대신 가정부가 낭비하는 과소비의 에너지를 감안해야 한다.

이와관련, 한 일본 학자는 연구보고를 통해 여성의 사회활동이 어느
정도의 에너지 절감효과는 있으나 그렇게 고려에 넣을 만큼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노인문제와 여성의 사회활동만이 에너지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가전제품의 변화, 컴퓨터의 대중화, 전화기의 고급화, 전자우편등 많은
물질문명의 혜택으로 인한 사회변화 역시 에너지의 다소비 추세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같은 정보화로 요약되는 사회변화가 문화생활과 경제성장에 막대한
기여를 할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 변화도 노인문제와 여성의 사회활동문제 해결과 연관지어야
할 것이다.

특히 노인문제는 향후 고령화추세가 심화되면서 에너지소비 증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얼마전 방송에서 연간 800여명의 노인들을 제주도에 두고 오는 자식들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을 따르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된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효도법 제정도 제안해봄직하다.

향후 21세기 정보화사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따라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다원화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OECD가입은 에너지의 다변화와 다원화,그리고
국제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분야의 에너지 절감률은 세계 어느나라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는 자원빈국이라는 여건에서 국내기업들이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다.

이같은 절약노력을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가정생활에까지 적용, 향후
에너지부족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근검절약하는 미덕의 정신도 에너지부족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이다.

어느 사회에도 미덕이 있게 마련이다.

기성세대는 아끼고, 안쓰고, 안 먹고, 안 입음으로써 소비를 최대한으로
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때는 많이 쓰고 많이 소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물론 많이 쓰고 많이 소비해야 유통이 잘 되어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이다.

물론 에너지문제에 한정된 얘기만은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함으로써 소비하지 않아도 될 것은 소비하지 않는
근검절약하는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야 할 한국사회의 미덕이다.

이같은 근검절약의 미덕을 토대로 전가정에서 에너지절약노력을
습관화할때 에너지부족에 대한 우려는 그야말로 "우려"에 그칠 것이다.

겨울철이 돼도 난방걱정을 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갈수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