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마켓에서 어떻게 화장품을 살 수 있어?"

"슈퍼에 나오는 화장품은 저급이고 싸구려겠지"

화장품의 슈퍼판매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일제당의 "식물나라".

화장품은 전문매장에서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상품중 하나다.

식품사업중심의 제일제당이 화장품시장진출을 결정한 것은 94년이었다.

최대현안은 어떤 유통경로를 밟을 것인가였다.

당시 화장품은 주로 할인점과 전문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었다.

기존 유통경로로는 과당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출혈경쟁을 피하기위해선 새로운 유통경로와 새로운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찾아야 했다.

궁리끝에 내린 결정은 슈퍼마켓에서 화장품을 파는 것이었다.

제일제당은 우여곡절 끝에 94년말 "식물나라"를 시장에 내놓았다.

결정은 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화장품이 과연 슈퍼에서 팔릴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이 가시지 않았다.

80년대말에 일부 화장품회사가 슈퍼판매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전례도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화장품은 여성의 유행심리와 맥을 같이하는 상품이다.

여자들은 서로 얼마나 비싸고 고급스런 화장품을 쓰는가를 은근히
비교한다.

소비자의 이런 심리상태에서 싸구려느낌을 주는 슈퍼에서 화장품을 판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때문에 제일제당은 화장품을 왜 슈퍼에서 사야 되는지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로 하고 광고의 초점을 여기에 맞췄다.

먼저 광고컨셉트를 "식물나라는 피부필수품"으로 잡았다.

필수품이니까 슈퍼에서 사야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였다.

모델도 평범한 무명모델을 썼다.

이를 통해 "식물나라=피부필수품=슈퍼판매=보통사람"의 이미지를 갖춰
나갔다.

이 전략은 효과만점이었다.

소비자들은 지금 "슈퍼 화장품"하면 "식물나라"를 떠올릴 정도이다.

가격도 필수품답게 낮췄다.

일반 화장품의 소비자권장가는 보통 3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판매가격은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터무니없이 가격을 높게 해놓고 할인을 많이 해준다는 전법으로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것이 화장품유통의 현실이다.

고가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제일제당은 거품을 과감히 벗겨 내고 정직한 가격을 제시했다.

6,000~1만원대로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할인율은 10~15%범위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음은 품질유지.

상품의 기본인 품질면에서 경쟁제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식물나라가 아무리 피부필수품이고 정직한 가격이라도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수품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용기도 플라스틱병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화장품들이 쓰는 유리병은 어딘지 필수품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문제는 외견상으로 플라스틱병이 유리병보다 20%쯤 작게 보이는 데 있다.

이를 보완하기위해 동급 유리병보다 크기를 그만큼 키웠다.

실제 내용물이 더 많아진 것이다.

식물나라의 95년 판매액은 130억원.

이 회사는 올해엔 약 3배인 3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