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80)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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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지옥불이 요동을 부리고 난 후 청문이 다시 바위에서 나왔다.
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푸른 옷이 다 타서 벌거숭이가 되어 있었다.
얼굴과 온몸은 화상 자국으로 처참하였다.
귀졸들이 벌거숭이 된 자들에게 옷을 나눠주었다.
역시 푸른 옷으로, 지옥불이 물러가 있는 동안 입고 있으라고 주는
모양이었다.
청문이 옷을 입고 보옥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도련님, 사촌오빠 마누라 별명이 뭔지 아세요?"
"그렇게까지 음탕한 여자에게 어떤 별명이 어울릴까? 모든 개의 여편네라
그럴까?"
"암캐가 발정이 나면 온갖 수캐와 홀레를 하고 다니잖아. 그래서
개 같은 년이라는 말도 나온거지"
"모든 개의 여편네는 아니고요.
오히려 부르고 듣기에 좋은 이름이에요.
등불 아가씨라고"
"등불 아가씨? 후후, 개발에 편자일세. 밤에 몰래 등불을 들고 남자들을
호리려 다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인가?"
"등불을 가만히 보면 여자의 그 부분을 닮았잖아요? 등불 불꽃을 보면
속불이 있고 겉불이 있듯이 여자의 그 부분도 소음순 외음순 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등불 아가씨라는 말은 마치 노출증 정신병자처럼 그 부분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여자라는 뜻이겠지요"
"하긴 먼 옛날 사람들은 여자들이 그 부분에 불을 넣어다닌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깊숙이에 들어 있는 불을 찾으러 남자들은 자기 물건을 빳빳하게
세워서 꼬챙이처럼 휘젓고 다니고 말이야.
그래서 불을 찾으면 남자의 물건은 탈 정도로 뜨거워지고 자식들도
생겨나는 거지"
"이제 그런 이야기 그만하고 우리 옷을 바꿔입던 이야기 해요.
도련님, 제가 사촌오빠 집에 있을 때 저를 몰래 찾아오신 일 기억하세요?"
"그럼 기억하다마다"
그날 보옥이 대관원을 살짝 빠져나와 청문의 사촌오빠 집으로 갔을 때,
사촌오빠는 또 술을 마시러 바깥으로 나갔고 등불 아가씨, 즉 사촌오빠
마누라 역시 저녁을 먹은 후 남자를 후리러 나가고 없었다.
청문이 혼자 외롭게 바깥방에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에
보옥이 발끝을 세워 살금살금 청문 곁으로 다가갔다.
보옥이 잠들어 있는 청문을 굽어보며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청문이 베고 있는 베개와 덮고 있는 이불은 이홍원에서 사용하던 바로
그것들이었다.
청문을 쫓겨나면서도 그 물건들만을 소중히 간직하고 나온 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
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푸른 옷이 다 타서 벌거숭이가 되어 있었다.
얼굴과 온몸은 화상 자국으로 처참하였다.
귀졸들이 벌거숭이 된 자들에게 옷을 나눠주었다.
역시 푸른 옷으로, 지옥불이 물러가 있는 동안 입고 있으라고 주는
모양이었다.
청문이 옷을 입고 보옥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도련님, 사촌오빠 마누라 별명이 뭔지 아세요?"
"그렇게까지 음탕한 여자에게 어떤 별명이 어울릴까? 모든 개의 여편네라
그럴까?"
"암캐가 발정이 나면 온갖 수캐와 홀레를 하고 다니잖아. 그래서
개 같은 년이라는 말도 나온거지"
"모든 개의 여편네는 아니고요.
오히려 부르고 듣기에 좋은 이름이에요.
등불 아가씨라고"
"등불 아가씨? 후후, 개발에 편자일세. 밤에 몰래 등불을 들고 남자들을
호리려 다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인가?"
"등불을 가만히 보면 여자의 그 부분을 닮았잖아요? 등불 불꽃을 보면
속불이 있고 겉불이 있듯이 여자의 그 부분도 소음순 외음순 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등불 아가씨라는 말은 마치 노출증 정신병자처럼 그 부분을
드러내놓고 다니는 여자라는 뜻이겠지요"
"하긴 먼 옛날 사람들은 여자들이 그 부분에 불을 넣어다닌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깊숙이에 들어 있는 불을 찾으러 남자들은 자기 물건을 빳빳하게
세워서 꼬챙이처럼 휘젓고 다니고 말이야.
그래서 불을 찾으면 남자의 물건은 탈 정도로 뜨거워지고 자식들도
생겨나는 거지"
"이제 그런 이야기 그만하고 우리 옷을 바꿔입던 이야기 해요.
도련님, 제가 사촌오빠 집에 있을 때 저를 몰래 찾아오신 일 기억하세요?"
"그럼 기억하다마다"
그날 보옥이 대관원을 살짝 빠져나와 청문의 사촌오빠 집으로 갔을 때,
사촌오빠는 또 술을 마시러 바깥으로 나갔고 등불 아가씨, 즉 사촌오빠
마누라 역시 저녁을 먹은 후 남자를 후리러 나가고 없었다.
청문이 혼자 외롭게 바깥방에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에
보옥이 발끝을 세워 살금살금 청문 곁으로 다가갔다.
보옥이 잠들어 있는 청문을 굽어보며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청문이 베고 있는 베개와 덮고 있는 이불은 이홍원에서 사용하던 바로
그것들이었다.
청문을 쫓겨나면서도 그 물건들만을 소중히 간직하고 나온 것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