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사는 토지제도사와 함께 중세 경제사 연구의 핵심입니다.

몇년전 조선왕조 재정사와 일제시대 재정사 연구를 책으로 묶어 내고 보니
고려시대 재정사 연구가 빠진 것이 허전하더군요.

그래서 기왕이면 우리나라 재정사 연구를 완결짓자는 생각에서 다시 시작
했습니다"

김옥근 부산 경성대 명예교수(경제학.72)가 재정기관, 재정 지출구조및
왕실재정 등 고려시대 재정 전반에 대한 연구를 담은 "고려 재정사 연구"
(일조각 간)를 펴냈다.

84~92년 "조선왕조 재정사 연구"(전4권)와 94년 "일제하 조선 재정사 논정"
을 펴낸 김교수는 이로써 10년여에 걸친 우리나라 재정사 연구를 매듭짓게
됐다.

"''왕조실록''을 비롯해 자료가 많은 조선시대와는 달리 고려시대의 경우
기초자료가 거의 없어 애먹었습니다.

대부분 ''고려사''를 참고했지요.

고려 재정사는 농업생산이 중심이 되는 봉건사회로서 비슷한 사회경제구조를
가졌던 조선의 재정사와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다만 고려의 재정제도가 조선에 비해 세밀화되지 못한 것을 알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정한 다산경제학상 제3회(84년) 수상자인 김교수는
경제사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치밀하게 고문헌을 탐구, 국내 경제사
학계의 실증적 연구풍토를 선도해온 원로학자로 꼽힌다.

또 우리나라 전.근대의 토지제도와 재정의 역사를 체계화해 전.근대 국가의
물적기반을 해명한 경제학자로도 성가가 높다.

"90년에 펴낸 "한국 경제사"가 여러가지 점에서 미흡한 점이 많아요.

그래서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의 경제사를 통사적으로 조망할수 있는
경제사를 다시 쓰는 중입니다.

원고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와있어 늦어도 내년말께는 책으로 내놓을수 있을
것같습니다"

전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공전제 원칙이 관철된 고려전기 전시과
체제 아래에서의 토지소유관계 분석을 통해 조(전조) 조(공부) 역(요역)의
지대적 성격을 해명하고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고려시대 국가및 왕실재정을 관할했던 삼사 내고 등의
직제.직능, 운영실태를 분석하고 조.조.역체계에서의 수취구조에 관한 여러
문제를 고찰했다.

마지막 4장에서는 국가경비와 왕실경비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다뤘다.

특히 왕실재정과 관련해서는 고려시대 왕실재정의 특징을 구명하고 왕실
재정과 국가재정의 관계, 왕실재정의 수입원천과 경비 등을 밝히는데 주력
하고 있다.

요즘도 경성대에서 대학원 강의를 맡고 있다는 김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 수산대교수와 경성대교수 대학원장을 지냈다.

한국경제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학술원 회원이며 "경제사 개설" "한국 토지제도사 연구" "조선왕조
재정사 연구" "한국 경제사" 등의 저서를 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