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에서 인술을 펼친다"

서울대의대 해부학과의 백상호교수(62).

그는 통신세계에서도 해부학 명교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난 94년 그를 중심으로 전국의 해부학 교수들이 모여 하이텔에 마련한
"해부학 사랑 동호회"는 전문정보를 얻으려는 관련학과 학생들은 물론
인체에 관심이 많은 일반 네티즌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동호회의 자료실에는 사람의 뇌 콩팥 조직세포등 해부학 관련정보가
총망라돼 있다.

또 의사 약사 한의사등 의료인들이 가상공간에서 만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의료인 쉼터"도 마련돼 해부학이 주는 차가운 분위기와는
달리 동호회원간의 따뜻한 정이 항상 넘쳐 흐른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백교수가 PC통신에 입문한 것은 지난 88년.

당시 신문에 난 지금의 하이텔 전신인 케텔광고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사용중이던 8비트 애플컴퓨터를 처분하고 4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386XT를 한대 구입, 통신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때부터 PC통신이 펼치는 가상공간은 그의 또다른 삶의 영역이 됐다.

그의 통신사랑은 남다른데가 있다.

해부학 사랑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는 그는 전국에 흩어진 해부학 학생및
전공의들의 논문을 통신으로 받아 꼼꼼히 살핀후 세심한 지도를 덧붙여
다시 전자메일로 송신한다.

기존 논문을 우편으로 주고받는데 3~4일 이상 걸리던 일을 통신을 통해
한나절이면 할수 있게 됐다.

통신이 주는 매력은 또있다.

그는 해부학 사랑의 회원으로 처음 만난 한 고등학교 학생이 1년후
서울대의대에 당당히 합격해 지금은 사제로서 정을 나누고 있다고 들려준다.

해부학 동호회를 통해 사랑의 결실을 맺어 결혼에 골인한 부부도 생겨
백박사의 통신사랑은 깊어만 간다.

그는 최근 웹이 제공하는 풍부한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학생들에게
재택강의를 실시하기 위해 인터넷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