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라스베이거스 추계 컴덱스의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 PC와는 개념과 기능이 달라진 PC가 속속 등장, "PC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 운영체계를 채택한 휴대형 PC(HPC)에서부터
네트워크 컴퓨터(NC) 개인휴대 정보단말기(PDA) 등이 제각기 자리매김에
나섰다.

이 가운데 오라클 진영의 NC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주축으로한 윈텔
진영의 넷PC는 가장 치열한 경쟁 상대.

이번 컴덱스에서는 넷PC가 등장하지 않아 정면 격돌은 피했다.

그러나 오라클 진영이 NC를 한발 앞서 내놓음에 따라 그동안 베일에 가렸던
두기종의 특징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들 컴퓨터는 기존 PC보다 값싸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개념은 크게 다르다.

오라클진 영이 컴덱스에서 선보인 600~700달러선의 NC는 하드디스크 OS
(운영체계) 기타 응용프로그램을 내장하지 않고 있다.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네트워크를 통해 서버로부터 전송받아 활용하는
컴퓨터의 모습을 보였다.

워드프로세서와 각종 타이틀을 PC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필요없이 인터넷
에서 수시로 불러내(다운로드) 사용하는 터미널과 같은 컴퓨터인 셈이다.

이 때문에 모든 기능을 다 갖춘 일반PC보다 사용이 간편하다.

반면 네트워크 인프라와 응용프로그램이 충분히 구축돼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윈텔 진영의 넷PC는 기존 PC의 저장장치 등 핵심부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NC와 다르다.

CD롬 드라이브와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 등 주변기기를 제거해 원가를
떨어뜨린 제품인 셈이다.

그 대신 인터넷 등 네트워크접속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당초 SIPC(Simply Intractive PC)로 불리던 것이 넷PC로 명명된 것도
이같은 제품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넷PC는 NC에 없는 저장장치 등을 갖췄기 때문에 750~1,000달러로 NC보다
다소 비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에 대우전자가 선보인 웹스테이션은 네트워크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CD롬 드라이브를 장착, 넷PC에 가까운 변종인 셈이다.

이에 비해 HPC는 기존PC와 기능에서 다른 점을 거의 찾을 수없다.

양복주머니에 넣고 다닐수 있을 정도로 작고 메모리 용량이 적을 뿐이다.

윈도95와 호환되고 인터넷 접속 전자우편 팩스 송수신 유무선 데이터통신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컴덱스의 개막 첫날 주제발표에 나선 앤드루 그로브 인텔 사장은
"앞으로 PC는 TV를 이기기 위한 "눈동자 잡기 전쟁"을 치러야 한다"며
"인터넷의 등장으로 형성된 "커넥티드 PC" 단계는 다음단계인 "비주얼
컴퓨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오라클과 윈텔 진영의 NC와 넷PC의 경쟁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능과 개념을 가진 PC 출현을 예고한 것임에 분명하다.

멀티미디어의 급격한 진전이 세상을 바꿔놓기 이전에 컴퓨터부터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