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개혁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이달 26일 국회동의를 받으면 OECD가입이 확정되는 지금 시점에서 누구나
한번쯤 던질만한 질문이다.

물론 대답은 각자의 시각과 입장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다른 답변속에 드러나는 시각차가 앞으로의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밑거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10여년동안 우리는 금융자율화,금융산업개편,금융시장개방등의
이름으로 금융개혁을 논의하고 추진해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입장이다.

구체적인 예로 요구불예금금리와 정책금리를 뺀 대부분의 금리가
자유화됐으며 자회사설립을 통한 진출로 은행, 증권, 보험간의 업무구분도
완화됐다.

자본시장개방과 외환시장자유화도 정해진 일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말많은 은행장선임방식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의 말과는 달리 피부로 느끼는 금융개혁의 성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일반서민들에게 은행문특은 여전히 높으며 기업들은 높은 금리때문에
국제경쟁에서 밀린다고 아우성이다.

금융기관들도 변혁기간에 엉뚱한 손해를 보지 않을까 잔뜩 움추린채
정부쪽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외국인들의 시선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대출결정과 관련된 간섭과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없앨 것을 촉구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이처럼 상반된 평가속에서 쉽게 드러난다.

한마디로 금융개혁의 그림은 그럴듯하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금리자유화가 사실상 완료된 상태에서 재경원은 은행권에 금리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고 은행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은행연합회장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흔적이 단적인 예다.

이렇게 겉다르고 속다른 금융개혁이라면 애초부터 금융시장의 효율향상및
금융기관의 생산성제고라는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결과다.

때마침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부실채권의 누적, 잇따른 금융사고와
비리노출 등으로 드러난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장성개혁과 함께
"빅뱅식"금융개혁이 거론돼 눈길을 끌고 있다.

단계적 점진적인 개혁대신 금융제도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앞으로
2~3년안에 철저한 규제철폐및 전면적인 구조혁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솔직히 금융시장개방에 따른 위기의식에 짓눌리고 수박겉핥기식의
개혁추진에 실망한 우리귀에 솔깃한 내용이다.

그래도 자기들덕분에 국내금융산업이 이나마 버티고 있다고 자부하는
경제관료들의 눈에는 위험한 발상으로 비치겠지만 더이상 미루고 지체할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금융개혁이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은행장들이 줄줄이 옷을 벗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고질적인 금융비리
망할때 망하더라도 외부인사기용이나 감원은 절대 안된다는 집단이기주의도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그래도 개혁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인만큼 왜 일본의 "빅뱅식"
금융개혁논의가 화제가 되고 있는지 우리 현실을 직시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