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명)를 열고 소득세법 상속세법 조세감면규제법 등의 개정방향을 논의
했으나 여야간 또는 정부와 의원들간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재경위는 이에 따라 오는 25일 소위를 다시 열어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들
에 대한 최종 절충을 벌일 예정이다.
재경위는 이날 소위의 법안심사에 앞서 황병태 위원장 주재로 소위위원들과
이환균 재경원차관 등 정부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갖고 주요법안들에
대한 사전 조율을 벌였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상속세법 개정안의 경우 상속세의 세율체계를 한단계
더 두어 상속재산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세율을 50%선으로 한다는데
의견접근을 봤다.
또 비상장 주식 등을 이용한 변칙증여에 대해 포괄적인 규정과 함께 예상
되는 여러 사례 등을 열거해 과세를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조세감면규제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축산농가의 배합사료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영세율 적용)하고 농수축협예탁금 이자에 대한 세감면을 98년까지
연장해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제출한 조감법 개정안과 신한국당 김종호의원 등 35인이
의원입법으로 제출한 개정안을 폐기하고 재경위안을 만들어 대체입법키로
했다.
간담회에서는 또 과세표준 4천만원이하에 대해서는 현행 소득세법상 두 단계
(1천만원까지 10%, 1천만원~4천만원까지는 20%)로 되어 있는 세율체계를 4~5
단계로 세분화하고 세율도 다소 인하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세율조정문제에 관한한 재경원측이 내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소위위원들간에도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심의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이날 소위 심사과정에서도 일부의원들은 세율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몇몇 의원들은 세율조정은 오히려 현행 과세체제의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했다.
국민회의 소속인 장재식 이상수의원 등은 대체적으로 세율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고 신한국당의 세제개혁위원장이기도 한 나오연의원은 강력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방안은 각종 근로소득공제나 근로소득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고
다단계 저율체계로 근로소득에 대한 세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는 황병태
위원장의 끈질긴 주문에 따라 마련됐다.
황위원장은 근로소득에 대한 분리과세의 필요성 등이 제기되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경원측은 그러나 세율을 조정하게 될 경우 근로소득 공제나 각종 세액
공제 등의 취지를 살릴수 있는 세율체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고 새해예산안의
처리시한 등을 고려할때 조정작업을 벌일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세율조정이 성사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날 열린 소위에서도 재경원측은 다단계 세율체계가 시행될때 소득수준에
따라 일부 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소 불합리한 과세가 이뤄질수도 있고
현행 각종 공제제도의 취지를 살리기도 어렵다고 재차 지적했다.
재경원측은 그러나 25일까지는 일단 새로운 세율체계안을 마련, 재경위에
제출키로 했다.
재경원측이 조정안을 마련할 경우 과세표준 4천만원이하에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다소 하향 조정된다.
하지만 그 범위는 정부가 올 정기국회에서 각종 공제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경감해줄 예정인 8천억원
정도의 범위내에서 조정된다.
재경원측이 마련할 안은 그러나 국회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름대로 검토를 할수 밖에 없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별도 안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승수 부총리와 황병태 재경위원장간의 협의나 당정간의 조율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당초의 정부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오히려 우세하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