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 다케시.

일본은행중 2차대전후 첫 업무정지명령을 받은 한와은행의 행장.

그는 대장성의 "사망고지서"를 받은 21일 즉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
고 밝혔다.

여기까진 당연한 모습처럼 보였다.

그러나 물러나는 다케시행장이 한마디 덧붙인 말은 적어도 한국기자에겐
의아하게 들렸다.

"퇴직금을 받지않겠다".

다케시행장은 해고가 아닌만큼 퇴직금수령에 법적 하자는 없다.

도덕적 책임감이 그의 퇴직금수령을 막은 것이다.

"퇴직금"문제는 일본에서 하루전에도 이슈가 됐다.

업자로부터 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사임한 오카미쓰 노부하루전 후생성
차관의 퇴직금에 대한 총리의 코멘트가 신문에 보도됐을 정도다.

하시모토총리는 "그런 사람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며 신중한 대처를 지시했다.

적어도 뇌물수수로 물러나는 공직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을 뜻임을 비춘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선 관쪽.

"역대 장관중 퇴직금을 찾아가지 않은 장관은 한명도 없다"는게 총무처
관계자의 얘기다.

뇌물수수로 물러난 장관들도 물론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무기상에게 뇌물을 받고 구속수사중인 이양호 전국방부장관도
퇴직금은 벌써 타갔다.

장관재임시만 따지기때문에 이전장관의 퇴직금은 4백만원을 약간 웃돈다.

민쪽도 마찬가지다.

사정이란 이름으로 원인도 모른채 자리를 빼앗긴 은행장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한와은행처럼 영업부진의 책임을 질 때도 퇴직금은 꼬박꼬박 챙겼다.

문민정부들어 영업부진을 "공식적"인 이유로 은행장이 바뀐 경우는 지난
95년 1월 대동은행이 첫 케이스.

당시 주식투자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J행장도 퇴직금은 모두 찾아갔다.

언제쯤이면 우리사회의 지도층들도 뇌물수수로 물러날때 "퇴직금을 받지
않겠다"며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수 있을까.

육동인 < 국제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