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고용동향을 보면 겉으로는 아직 실업문제는
표면화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군데서 실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는 조짐을 엿볼수 있다.

특히 명예퇴직과 신규채용축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데다 정리해고제및
금융기관고용조정제 도입가능성등으로 내년에는 나빠진 경기가 실업증가로
피부에 와닿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진다.

우선 실업문제의 심각도를 전반적으로 살펴볼수 있는 대표지수인 실업률은
3.4분기중 1.8%를 기록,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5년3.4분기)과 직전 분기(올 2.4분기)의 1.9%에
비해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남자들의 실업률은 2.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높아졌으나
여자의 경우 1.5%에서 1.3%로 0.2%포인트 떨어졌다.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한 계절조정 실업률도 2.0%로 변함이 없었다.

전체 실업률만 보면 경기침체를 전혀 느낄수 없을 만큼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서비스업부문의 고용증가가 커버해 주고 있고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의 취업자 감소세가 두드러진데서 불안한 질투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취업자수는 지난 1.4분기에 1.9% 감소한데 이어 2.4분기에는 2.1%,
3.4분기에는 1.8%가 각각 줄어 올들어 3분기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사회간접자본및 기타서비스업의 취업자수는 올들어 4~5% 수준의
꾸준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도소매 음식.숙박부문의 취업자비중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들은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들부터 줄이기 시작
하는데 주당 근로시간 18시간미만인 취업자수가 지난 93년 7.3% 감소한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 1.4분기중 0.3%, 2.4분기 5.8%, 3.4분기
3.6% 각각 감소했다.

18시간이상 35시간이하 취업자수도 93년이후 처음으로 2.4분기(5.7%)와
3.4분기(2.2%)에 감소세를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병역까지 마친 25~29세의 대졸남자 실업률이 4.3%에서
5.2%로 높아지고 20~24세 대졸남자실업률도 12.0%에서 14.1%로 상승, 취업에
가장 적극적인 계층이 직장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분명이 보여
주었다.

이같은 현상들은 경기하강국면에서 본격적인 실업률상승에 앞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정지택 통계청 통계조사국장은 "산업구조가 대기업위주인데다 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기가 쉽지 않아 아직까지는 실업률이 안정돼 있지만 여러
고용지표들은 내년도에 실업률상승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가 나빴던 92년의 경우 계절조정 실업률은 2.4%에 머물다가
93년 2.4분기 들어 3.0%로 솟았었다.

특히 경기순환에 따른 실업률상승전망 뿐만아니라 정리해고제도입을 포함한
노동법개정과 금융기관 고용조정제등 구조적인 노동시장재편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실업문제는 과거의 경기침체기보다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