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대립해온 세계적인 문제다.

로마에서 최근 열린 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오는 21세기초에 식량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산출한 곡물가격은 지난 3년(93년6월-96년5월)동안
47%나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바람에 지난해 개도국들은
당초 예상보다 40억달러를 추가 부담했다고 밝혔다.

곡물비축은 최근 연간소비량의 13%정도로 떨어져 전후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곡물소비량이 급증추세에 있는데다 도시화진전으로
경작면적마저 축소돼 수급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곡물증산정책은 날로 시행키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0년대 이른바 "녹색혁명"을 주도했던 종래의 농업정책들이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 변이종 등의 범람이 환경파괴를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환경단체 월드워치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소장은 노골적으로 "세계가 식량
부족시대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초부터 올 상반기까지 지속된 곡물가격폭등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곡물가격의 추이를 보면 장기간의 하향국면에서 "단기 급등"으로 돌아선
것으로 봐야 옳다.

지난해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구소련권 집단농장의 비효율성 등이 겹쳐진
탓이다.

만약 식량공급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면 곡물가격은 계속 상승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곡물가격은 최근 하향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곡물재고량이 적은 것에 대해선 서구선진국의 정책변화에서 초래됐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80년대 중반 곡물공급과잉에 직면한 미국과 유럽의 농업정책관리들은
산출량을 줄이기 위해 휴경지를 확대키로 했다.

이후 미국은 전체 경작지의 20%인 1천5백만ha를 포기했다.

그렇지만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 등에선 올들어
경작지가 서서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기록적인 수확전망으로 최근 곡물시장에는 수급차질우려가 사라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식량문제에 낙관론을 펴는 그룹들이 나왔다.

세계은행(IBRD)과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등의 식량분석가들은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여서 "제2의 녹색혁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기후변화를 잘 이용하고 <>경작지를 확대하며 <>기술개발
등을 통해 "제2의 녹색혁명"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은행의 경우 향후 40년간 전세계경작지를 10%정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농기술개발은 경작지확대 보다 더욱 현실적인 방법이다.

인도는 아프리카와 비슷한 기후지만 영농기술이 발달한 인도의 단위수확량
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

"제2의 녹색혁명"을 이끌 기대주로 평가되는 "생명공학"은 희망적인 요인
이다.

작물의 유전자지도를 작성, 가장 건강한 종을 선별해 재배가능하며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생산증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식량위기는 증산노력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낙관론의
핵심이다.

< 정리=유재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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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st and Famine, 16th, November, 1996 c Economist"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