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막한 키에 다부진 인상의 작은 거인 이공섭 신신금고 강남지점장(41).

지난해 대주주가 신한종합금융으로 바뀐후 금고업계의 새로운 리딩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는 신신금고의 강남지역 사령탑이다.

고객이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던 시대가 지나고 임직원들이 발이 닳도록
뛰어 다녀도 고객을 붙잡기가 쉽지 않은 게 오늘의 금융현실이다.

이를 너무도 잘아는 그이기에 하루 24시간은 너무나 짧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상담해야 하는 사람만도 동네아줌마부터 단골고객까지
줄잡아 20여명.

물론 지점장실에 앉아 고객을 상담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정신없이 강남 거리에 발자국을 찍다보면 어느새
저녁놀이 깃들고 몸은 파김치가 된다.

그가 초임지점장으로 강남지역을 맡은 것은 지난 1월.

금융중심지로 떠오른 강남지역에서도 알토란으로 꼽히는 테헤란로와
로데오거리가 공략대상이었다.

그는 우선 군림하는 지점장을 벗어던지고 직접 뛰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하의상달식 경영을 실천했다.

아울러 자신은 물론 조직개편으로 얻어진 유휴인력을 총동원해 거리를
이잡듯이 헤집고 다녔다.

일단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는 집념과 예리한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0개월후 그의 손에는 여신 402억원(54%), 수신 223억원(34%)
이라는 실적표가 들려 있었다.

업계로부터 부러움과 찬사가 쏟아졌지만 정작 그는 "전직원이 합심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결과"라며 오히려 공을 직원들에게 돌린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금융기관에 종사하면서 몸에 밴 친절과 해박한 업무
지식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이외에도 그는 신신금고가 급성장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금고업계가 여유자금 운용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을때 그가
내놓은 파격적인 제안은 신신금고를 일약 리딩컴퍼니로 끌어올렸다.

경영진이 그의 주장대로 연 17%의 부금급부금을 은행 신탁대출(연 14.4%)
수준으로 낮추자 영업장이 몰려든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이다.

국민은행에 다니면서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후 84년 국제금고(신신금고
의 전신)에 입사한 그는 "금융기관 직원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금융
회사의 세일즈맨이라는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한다"며 "줄어드는 예대마진을 커버하기 위한 총량증대와 내부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금고업계의 활로"라고 힘줘 말한다.

그는 오늘도 강남의 뒷골목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