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9월, 입사 9개월째.

우리 그룹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해외도전훈련을 배낭하나
둘러메고 다녀왔다.

일상생활 모두를 접어두고 너무나 매력있는 나라 미국으로.

"이번 기수 해외도전훈련은 미국이다"라는 얘기가 처음 사무실에서 들렸을
때 굉장히 가슴이 벅찼다.

가까운 나라 일본보다, 역사가 깊은 유럽보다, 세계를 리드해 나가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 도착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느낀 미국의 첫인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번화가에 위치해 있는 그린트 호텔을 찾아가는 길에 사람들은 거의 없고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으며 거리는 온통 낙서투성이었다.

그런 어두운 기분으로 미국에서의 열흘은 시작되었다.

4명으로 구성된 우리조는(미국은 치안상태가 안좋기 때문에 우리들은
4인 1조가 되었다) 미국의 교통수단과 의생활을 중점적으로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교통수단에대한 관심은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교통난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미국은 우리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땅이 넓기는 하지만
운전습관이라든가, 교통정책, 혹은 도로표지판 등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의생활을 통해서는 그들의 감각을 느끼고자 했다.

물론 각 나라의 민속품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때문에 어느 지역을 가든
민속품을 찾아보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열흘간 우리들은 지도를 보고 길을 물어 목적지를 찾아다녔다.

그래도 하루는 관광에 할애했다.

하루정도는 여행을 하는 미국인들 틈에 끼여 다녀보자는 이유에서였다.

우리가 탄 투어버스는 정원 30명정도의 미니버스였다.

운전사가 운전을 하면서 가이드를 하는데 유머를 섞어가며 낯선
관광객들의 흥을 돋웠다.

관광객들도 운전사의 갑작스런 질문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답해주고
호응을 했다.

그런 모습들이 얼마나 좋아보이던지.

그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레 인사하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먼저 내리는 사람에게 "Good bye"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그들의 그런 여유가 몹시 부러웠다.

미국에서의 체험을 마치고 난 지금 가장 크게 남는 건 미국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친근감과 미국에 대한 거리감이 없어진 것이다.

소중한 열매를 얻었다.

공주영 < (주)한화/정보통신부문 디자인실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