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골목길 주차문화 .. 이병균 <연합기계할부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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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균 <연합기계할부금융 사장>
어느날 새벽 어둠컴컴한 골목길에서 였다.
"4980호"라고 외치는 스피커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누가 이런 고요한 시간에 시끄럽게 하는가 다소 불쾌하면서도 자전거
패달을 계속 밟았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다시 "4980호"하고 이번에는 육성으로 소리를
지른다.
자전거 속도를 늦추면서 고개를 뒤로 돌아보아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
혹시 나를 부르는 건가.
내 자전거에 무슨 번호판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여전히 1~2분 간격으로 "4980호"라고 육성으로 스피커로 반복하고 있었다.
궁금하고 불안해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그쪽으로 가까이 가 보았더니
우선 불려지고 있는 범인(?) 이 내가 아닌점에 안심은 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저럴수가 하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커다란 8톤트럭의 청소차가 옆에 꽁무니가 나오게 주차시켜놓은 소형
승용차때문에 지나갈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청소차에서 운전사와 작업원이 내려와서는 그 승용차를 치워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오래 머무를수도 없고 다음 코스에 안들어가고 되돌아갈수도 없는 딱한
사정인것 같았다.
나를 보자 "누구 승용차인지 모르느냐.
좀 치워달라고 애기해 줄수 없겠느냐"는 눈치를 보였으나, 난들 별수가
없어 슬그머니 물러나서 새벽 운동으로 시작한 자전거달리기를 계속했다.
이 얼마나 고약한 일인가.
그게 만약 불을 끄러가는 소방차였다면, 인명구조차 화급을 다투는
구급차였다면, 생각만해도 오싹한 일이다.
우리는 너무도 "공공질서" "공공이익"을 소홀히 한다.
남을 탓할줄은 알면서 자기는 실행하지 않는다.
자기도 차를 몰고 나와서는, "도대체 이렇게 사람마다 차를 몰고 나오니
교통체증이 될수밖에 없다"고 관식한다.
"나"보다는 "남을" "사"보다는 공" "를 중요시하는 것은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다.
어릴때 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성인이되면 직장에서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부터 일등이니 2등이니 성적경쟁을 시키고 교통신선위반으로
걸렸는데도 높은 사람으로 행세해서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했다는
식으로 웃어주는 분위기, 아주 힘있는 곳에 부탁해서 골프부킹을 했다고
자랑하는 분위기속에서 선진화의 길은 요원하다.
"4980호"식 주차가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
어느날 새벽 어둠컴컴한 골목길에서 였다.
"4980호"라고 외치는 스피커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누가 이런 고요한 시간에 시끄럽게 하는가 다소 불쾌하면서도 자전거
패달을 계속 밟았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다시 "4980호"하고 이번에는 육성으로 소리를
지른다.
자전거 속도를 늦추면서 고개를 뒤로 돌아보아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
혹시 나를 부르는 건가.
내 자전거에 무슨 번호판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여전히 1~2분 간격으로 "4980호"라고 육성으로 스피커로 반복하고 있었다.
궁금하고 불안해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그쪽으로 가까이 가 보았더니
우선 불려지고 있는 범인(?) 이 내가 아닌점에 안심은 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저럴수가 하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커다란 8톤트럭의 청소차가 옆에 꽁무니가 나오게 주차시켜놓은 소형
승용차때문에 지나갈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청소차에서 운전사와 작업원이 내려와서는 그 승용차를 치워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오래 머무를수도 없고 다음 코스에 안들어가고 되돌아갈수도 없는 딱한
사정인것 같았다.
나를 보자 "누구 승용차인지 모르느냐.
좀 치워달라고 애기해 줄수 없겠느냐"는 눈치를 보였으나, 난들 별수가
없어 슬그머니 물러나서 새벽 운동으로 시작한 자전거달리기를 계속했다.
이 얼마나 고약한 일인가.
그게 만약 불을 끄러가는 소방차였다면, 인명구조차 화급을 다투는
구급차였다면, 생각만해도 오싹한 일이다.
우리는 너무도 "공공질서" "공공이익"을 소홀히 한다.
남을 탓할줄은 알면서 자기는 실행하지 않는다.
자기도 차를 몰고 나와서는, "도대체 이렇게 사람마다 차를 몰고 나오니
교통체증이 될수밖에 없다"고 관식한다.
"나"보다는 "남을" "사"보다는 공" "를 중요시하는 것은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다.
어릴때 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성인이되면 직장에서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부터 일등이니 2등이니 성적경쟁을 시키고 교통신선위반으로
걸렸는데도 높은 사람으로 행세해서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했다는
식으로 웃어주는 분위기, 아주 힘있는 곳에 부탁해서 골프부킹을 했다고
자랑하는 분위기속에서 선진화의 길은 요원하다.
"4980호"식 주차가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