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시(대북) 중심부에서 중정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6Km 지점에 위치한 린코우(임구).

수목이 울창한 산속에 혓바닥처럼 평평하고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고
해서 임구로 이름지어진 이곳이 바로 대만이 자랑하는 21세기형 신도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져 있는 해발 평균 250m높이의 분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임구에 들어가면 멀리 동쪽 발아래로 담수강이 내려다보이고 그
건너편으로 대북시가 눈에 들어온다.

대북과 가까운 탓에 "대북의 아들"로 불리기도 하는 임구는 1,620ha
(486만평)의 면적에 계획인구 20만명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자족신도시다.

주거 상업 공업 근린시설이 사통팔달로 뚫린 도로와 함께 적절히 배치돼
매우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복합기능의 조화를 달성함으로써 임구는 대만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담해 대중항 고웅 대평정 등 다른 신도시프로젝트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하덕부 대만정부 주택도시개발국기획처장은 말한다.

임구신도시는 지난 67년 처음 구상되기 시작해 78년 7월에야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다.

현재 2단계개발계획이 완료돼 인구 13만명이 살고 있으며 나머지 3,4단계도
99년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임구신도시개발이 검토되기 시작한 60년대말 대북은 급속한 인구집중으로
교통난 주택난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당시와 같은 인구증가세라면 90년대말에는 대만 전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약 1,000만명의 인구가 북쪽으로만 몰려들어 최악의 주택난을 빚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었다.

이에따라 대만정부는 30개후보지역에 대한 기본조사를 거쳐 68년 임구를
신도시개발지역으로 확정했다.

이와함께 대만 북부지역개발위원회와 임구개발국이 설치돼 종합적인 개발
계획이 마련됐다.

위원회는 신도시개발에 따른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임구지역내에서
2년간 토지거래와 신축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고 임구개발국은 토지수용에
들어갔다.

임구신도시의 당초 개발계획규모는 3,600ha(1,080만평).

그러나 이곳 지주들의 지나친 보상요구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74년에 개발규모를 1,620ha(486만평)로 아예 대폭 줄였다.

임구는 철저한 자족기능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이 이뤄졌다.

베드타운으로 건설할 경우 수도 북으로의 인구집중이 더 심화돼 이렇게
되면 인구분산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이에따라 주거지역 450ha(135만평) 공업지역 500ha(150만평) 상업지역
80ha(24만평) 공공시설 녹지 도로지역 590ha(177만평)로 도시전체를
기능별로 구획,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련시설을 배치했다.

주거지역에는 북과 연결되는 8-12차선의 중산고속도로와 외곽지역으로
나갈 수 있는 4-8차선의 10개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단지를 건립했다.

아파트단지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아파트와 고소득층을 위한 민영아파트
빌라촌을 섞어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을 동시에 유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빌라촌의 경우 서구풍의 설계와 다양한 색상을 적용, 고밀도화된 아파트
촌이 주는 딱딱함을 줄였다.

아파트단지에는 크고 작은 공원을 넣어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했다.

"좁은 국토, 최적개발"이라는 대만의 도시개발철학을 곳곳에 반영시킨
셈이다.

150만평에 달하는 공업지역은 임구도심으로부터 가장 외진 곳에 있는 4개
지역에 설치, 주거지에 미칠 수 있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했다.

공업지역을 한 곳으로 몰지 않고 분산시킨 것은 직원들의 출퇴근에 따른
교통혼잡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입주 업종도 전기전자 등 도시형업종으로 제한해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극소화했다.

이때문인지 수많은 중소기업이 밀집된 곳을 지나도 공업지역이라는 걸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24만평의 상업지역은 주거지역과 완전히 떨어진 동쪽끝에 배치, 주거
지역에 미칠 혼잡을 줄이는데 역점을 뒀다.

북의 경우 상업지역 근린생활지역이 주거지역과 섞여있어 항상 시끄러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상업지역내의 건물간판크기와 색깔을 일일이 규제, 북의 무질서한
도시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각종 패스트푸드점 전통요리집 백화점 레저시설이 즐비해 북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돼있다.

대만정부는 특히 도시의 자족기능을 살리기 위해 학교를 많이 설치하는
방안에 착안했다.

이에따라 계획인구 20만 신도시에 무려 대학교 4개 고등학교 6개 중학교
3개 국민학교 10개를 건설, 인구분산효과를 극대화했다.

초중고등학교는 기본적으로 사방 800m마다 하나씩 들어가게 했으며 대학은
외곽 산자락에 유치, 주변 삼림을 활용했다.

또 높은 물가로 인해 대만주민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아파트단지 곳곳에 유아방을 설치,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도로는 태북에서 뻗은 중정고속도로가 도시 가운데로 관통하도록 했고
여기에 인터체인지를 설치, 동서남북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와는 별도로 8차선의 주도로가 동서로 신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여기에서 각 지선이 쭉쭉 뻗어 있어 대만 대부분의 도시와 연결되도록 해
놓았다.

임구입구에 자리잡은 병상 1,000개 규모의 장경병원, 주변산에 설치된
10개의 골프장과 대규모 공원 등도 모든 생활이 임구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편의시설이다.

[ 글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