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최근 데이콤과 손잡고 통신서비스상품 판매에 들어가 업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통신서비스상품을 방문판매한다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두 업체의 짝짓기는 우리나라 이업종간 제휴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제조업체간에 제조와 판매를 따로 맡는 이변도 일어나고있다.

이달초 제일제당과 사조산업이 참치캔사업을 놓고 전격 협약을 맺은
것이다.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원가절감을 꾀하려는 제판동맹이 기존의 울타리를
뛰어넘고있다.

제판동맹은 으레 제조-유통업체간에 맺는 것이란 통념이 여지없이
깨지는가하면 판매상품도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있다.

''돈벌이만 된다면 어떤 품목에서든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풀무원이 자체 판매망을 통해 취급할 통신서비스상품은 082를 누르지
않고도 요금을 할인받을수있는 ACR(자동회선선택장치)와 국제전화선불카드
등.

풀무원은 전국 250여개 영업망과 1만3,000여명의 방판아줌마를 활용,
기존의 식품 화장품에 더해 참신한 새 메뉴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데이콤역시 시외전화사업부진으로 골치를 앓던차에 거대한 영업망을
단숨에 확보한 셈이됐다.

영업력이 취약한 사조산업과 제품개발이 한수뒤지는 제일제당의 제휴도
업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 두 업체는 사세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장점을 살린 참신한
시도로 평가되고있다.

사조산업은 "사조로하이"참치를 생산만하고 제일제당은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두 업체는 제품개발 광고 마케팅등에서 서로 머리를 맞댈 방침이다.

단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에앞서 다단계판매업체와 생활용품제조업체들의 전략적 제휴도
지난 7월이후 꼬리를 물고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LG생활건강과 풀무원생활.

다단계판매의 대가인 김명철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신생 다단계업체
풀무원생활은 이 시장의 거인 암웨이를 따라잡기위한 전략상품이 필요했다.

LG생활건강역시 암웨이로 인해 세제 화장품등의 시장이 잠식당하는 것을
방어해야했다.

풀무원생활은 제품개발비용, LG생활건강은 유통망구축비용을 줄이면서
외국다단계판매업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찰떡
궁합"이다.

LG생활건강 양재현 마케팅부장은 "다국적업체인 암웨이가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생활용품시장을 파고들어 주방세제의 경우 10%이상의 셰어를
차지했다"며 "안방시장을 외국업체에 내줄수없다는 자존심에서 풀무원생활과
손을 잡은것"이라고 설명했다.

애경산업역시 지난 10월 진로하이리빙과 인연을 맺었다.

슈퍼마켓위주의 영업망을 가진 애경산업은 새로운 유통망을 개척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했고 대기업계열이긴 하지만 자체 생산시설이 없는
진로하이리빙은 상품개발에 애로를 겪고있었다.

이들 업체는 단순히 제품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연구개발 마케팅
유통등 모든 분야에서 머리를 맞대는 동반자로 발전하고있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이동훈소장은 "제조및 유통업체들이 같은
업종내에서나 다른 업종간 제휴하는 것은 저원가운영(Low Cost Operation)
으로 경쟁력을 높이려는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불황의 장기화에다 시장개방으로 내수시장유지조차 어려워짐에 따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업체라면 누구하고라도 손을 잡는 ''전방위''
제판동맹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질 전망이다.

<강창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