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인력은 서비스산업에 빼앗기고 있고 높은 공단분양가는 기업들의
공장용지 확보를 가로막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존공단은 공단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반시설이 열악, 입주
기업들마저 외면하는 실정이다.

"기업의 덩치는 공단이 조성돼 입주할 당시보다 수십배이상 커졌는데
비만 오면 도로가 흙탕물로 뒤범벅 되는 등 기반시설은 20년전 그대로입니다.

누가 이런곳에 들어와서 기업활동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대전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전국의 공단가운데 가장 열악한 공단을 손꼽으라면 제일 먼저 대전공단을
꼽을 정도로 기업활동에 애로가 많을 것이다.

대전공단협회 박규태상무는 "입주업체 대부분이 기회만 주어진다면
타지역으로 이전해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생산활동을 하려고 한다"면서
기업들이 대전공단에서 등을 돌린지 오래라고 설명한다.

대전공단은 구릉지에 조성돼 울퉁불퉁한데다 도로가 협소해 컨테이너
차량이 한번에 회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도로상황이 열악하다.

도로변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지 오래고 비포장에다 배수시설부족으로
비만 오면 공단일대가 흙탕물 바다로 변해버린다.

게다가 공단내를 거침없이 운행하는 골재 및 레미콘 차량들로 먼지가
발생돼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다.

도로파손도 심각한 수준이다.

동양강철 정진팔상무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기업활동을 어떻게
하라고 방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공단차원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에 공단지원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보낼 정도"라고 말한다.

행정구역상 대전공단을 관할하는 오희중 대덕구청장은 "매년 파손되는
공단의 도로포장을 위해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집단이주계획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입주기업을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할
뿐이다.

높은 공단분양가 또한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요인.

현재 조성중인 대전4공단의 평당분양가가 45만원대이고 조성예정인 첨단
과학산업단지도 평당 50만원대가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이같은 가격은 인근의 군.장공단과 청주과학단지 등의 평당 분양가격
20만-30만원대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결국 대전에 공장을 세울 경우 기업들이 높은 자금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때문에 기업들이 입주를 기피하고 있고 지역에서 생산활동을 하던 기업들
마저 타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한밭영세기업협회 박영섭회장은 "1백50개 회원사 모두가 당초 대전4공단에
입주하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높은 분양가로 상당수의 업체가 타지역으로
옮겨갔다"고 밝히고 "공단분양가를 낮춰 지역기업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덕단지 연구소 창업기업모임인 "대덕21세기" 원종욱회장은 "연구원들이
최근 창업을 본격화하면서 연구소 기자재활용을 위해 대전에 사업장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고지가에 따른 부지확보가 어려워 충북 청원등지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산인력 확보가 어려운 것도 이 지역이 안고 있는 또하나의 문제다.

지역에서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영세하다보니 급여수준이
타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때문에 지역의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졸업한 우수한 기술인력이 수도권으로
떠난다.

특히 지역의 서비스산업 발달로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생산직
인력마저 서비스업체로 빠져나가 생산현장에서 인력을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침대생산업체인 (주)아띠랑스 김완호사장은 "생산물량이 늘어 수개월째
생산인력을 모집하고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서 "서비스산업에서
고급기술 인력까지 흡수해가는 지역특성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 대전 = 이계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