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장기불황 타개를 위한 경영혁신노력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컨설팅산업의 시장규모가 연 1조원이상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특히 경영진단과 전략수립에 능한 외국의 유수컨설팅업체들이 이들
대기업들의 수요를 독점하면서 국내시장의 60-70%를 점유, 한국을 무대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한화 등 국내 주요 대기업그룹들은
구조적 불황 타개를 위해 최근들어 그룹 또는 계열사별로 외국 유명 컨설팅
기관에 잇따라 경영진단을 의뢰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외국 컨설팅업체에 지불하는 경비가 프로젝트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달하는 등 그 규모도 급속히 커져가는 추세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현대전자가 미 보스턴컨설팅그룹으로부터,
현대중공업은 렌즈인터내셔널로부터 각각 컨설팅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각 본부별 업적평가시스템 구축, 현대중공업은 2000년대
비전설정을 의뢰했다.

삼성그룹에서는 98년부터 자동차시장에 뛰어들 삼성자동차가 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재정관리체제구축), 일 메이오스(품질관리), 일 하쿠호도(기업
문화정립) 등 3개 업체로부터 분야별 컨설팅을 받고 있다.

또 삼성코닝이 일 NRI사로부터 전략경영분야에, 삼성전기는 일 부가가치
연구소로부터 협력업체경영과 관련된 진단을 받는 중이다.

LG전자는 미 맥킨지사로부터 매년 경영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왔으며
AT커니사로부터는 인수업체인 제니스사의 경영진단을 받았다.

선경그룹이 인수한 한국이동통신은 인수직후부터 최근까지 AT커니사로부터
정보통신관련 컨설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도 최근 조석래회장의 지시에 따라 맥킨지로부터 중장기프로젝트
업무 등과 관련한 컨설팅계약을 맺었으며 두산그룹역시 맥킨지로부터 사업
구조정 및 부실사업정리에 관한 진단을 받고 있다.

이밖에 포항제철과 포스데이타가 AT커니사로부터 정보기술과 구매관련업무,
나산그룹과 한화종합화학은 맥킨지로부터 각각 유통사업육성과 21C 발전
전략에 관한 컨설팅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은 외국 컨설팅업체로부터 경영진단을 받는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대부분 꺼린다"며 "이점을 감안하면 국내
컨설팅시장규모는 이미 상상 이상으로 팽창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