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문화인물 간송 전형필선생은 일제로부터 귀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재산과 일생을 다바친 분이다.

비내리던 지난 주말오후 간송 추모전이 열린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은
그가 평생 모아온 귀한 우리 문화재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국보인 훈민정음 원본, 69마리의 학이 구름을 뚫고 창공을 날아
오르내리는 "천학매병"은 맑고 투명한 청자빛과 백토상감의 학과 구름이
어우러져 국보다운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군불을 때던 머슴이 아궁이에 집어넣으려는 위기에 극적으로 구해서
소실을 면했다는 겸재의 진경산수 "해악전신첩",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거액을 주고 되사왔다는 혜원의 풍속화청등 그가 아니면 일본인들 손에
넘어가 흩어져 있을 국보급유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귀중한 보물들은 간송이 박물관설립당시 대판에 특별주문했다는
화류진열장에 진열되어 있었지만 60년이 지난 오늘의 좁은 전시장과
많은 관림인파앞에 놓기에는 너무 약해보였다.

특히 벽면쪽도 아닌 전시장 중간에 사방 50~60 정도의 세로로 세워진
진열장은 4개의 높은 받침다리로 되어있었고, 잘못건드리면 넘어져 귀중한
문화재가 파손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거기다 혼잡한 관람자들 틈에 어린애가 혼자서 진열장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장난을 해서 보는 이의 가슴을 조이게 하고 있는데도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엄마는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문화에대한 눈을 뜨게 하고 자신의 소양도
기르고자 자녀를 데리고 전시장을 찾는것은 좋지만 아이에게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정중한 관람태도를 올바르게 지도할줄 아는 선진국민의
소양과 질서의식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같다.

문화재는 수집.전시에 끝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되고 전시될 때 선진
문화국임을 자부할수 있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보관하고 있는 사설미술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