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인 손해사정인 보석감정사 증권투자분석사...

우리나라에선 무슨 자격증제도만 생겼다 하면 호들갑을 떠는 곳이 있다.

"고소득 보장" "취업 100%" 등 그럴듯한 광고를 내는 출판사 학원들.

전부는 아니지만 지나고 보면 책을 팔거나 수강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얄팍한 장삿속인 경우가 많다.

내년 4월 첫 시행될 보험브로커 제도역시 벌써 이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험중개인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던 김기홍 충북대교수는 출판사로
부터 "책을 한번 내보자"는 전화에 시달린다.

김교수의 대답은 물론 "No".

"보험브로커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무턱대고 자격증을 획득한다고 해서 쉽게 떼돈을 벌 수는 없지요"

막연하게 "자격증 하나 따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우리보다 1년앞서 올 4월 보험브로커 제도를 시행한 일본의 경우 지난 7월
치러진 보험중개인 첫 시험에서 115명이 합격했다.

응시자는 249명.

얼핏보면 2대1 정도의 낮은 경쟁률이었지만 보험회사에 10여년 일했던
보험전문가도 떨어질 정도로 까다로왔다.

반면 미국에선 보험브로커 시험이 운전면허시험보다 약간 어려운 정도로
쉬운 편이다.

일본은 시장개방 압력에 못이겨 마지못해 보험브로커 제도를 도입했다.

때문에 "떨어뜨리기용" 시험문제를 냈다.

일정 수준의 실력만 있으면 "붙을수 있도록" 브로커 시험을 내는 미국과
애시당초 달랐다.

문제는 시험난이도나 합격여부가 아니다.

보험브로커 자격증을 딴 뒤 얼마나 돈벌이가 되느냐가 관심사다.

대기업의 기업보험은 대부분 삼성 현대 동부 LG 동양(한진그룹) 제일
(한화그룹) 쌍용화재 등 대기업계열의 보험사(Captive Insurer)가 직접
거래하고 있다.

게다가 나머지 대형 기업보험물건도 외국브로커나 대우 선경 기아그룹 등의
대기업이 세운 자가브로커(Captive Broker)가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최대의 브로커회사인 세쥬익(Sedgwick) 한국사무소 이해관 고문은
"큰 손들이 만지는 대형 물건보다 보험료 1,000만원~5,000만원대의 중형
브로커시장이 개척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유망시장을 놓고 브로커 예비군단들이 벌써 이합집산을 시작했다.

보험회사에서 기업보험.재보험 쪽을 다뤘던 전문가집단과 대리점 계통에서
영업의 발판을 구축한 마당발들 "환상의 합작"을 도모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선 "연봉 1억원에 모십니다"라는 스카웃설까지 떠돈다.

그래서 4만2,661개(96년 9월말 현재)의 손해보험 대리점중 상당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년봄 브로커로 간판을 바꿔달려고 애쓸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보험브로커는 요즘 40만 보험인들의 화두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