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가 김정녀씨 (연세대 교수)가 96년 한해의 희로애락을 승무와
살풀이춤으로 날려보낸다.

30일 오후 7시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김정녀의 우리춤, 그 영혼의
향기"가 바로 그 자리.

김교수는 이매방씨의 제자로 30년이상을 승무와 살풀이춤 등 민속무용만
고집해왔다.

그는 민속무용의 계승을 위해 다른 춤꾼들이 하는 창작활동이나
안무작업을 거부하고 전통춤의 보전을 위해 힘써온 것으로 유명하다.

김교수의 이번 무대도 승무와 살풀이춤이 핵심.

승무는 느린 가락에 맞춰 수도승의 갈등을 엄숙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도승이 점차 리듬을 타면서 긴 장삼을 공중에 뿌려 번뇌와 고행을
토로하는 것으로 춤은 절정을 맞는다.

후반부엔 수도승이 북을 두드림으로써 고뇌와 시름을 해소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살풀이춤은 남도 살풀이장단을 반주로 해서 추는 독무.

긴 흰수건을 던지고 뿌리고 걸치면서 한이 밴 살풀이의 음율을 탄다.

이 춤 특유의 맺고 푸는 기법은 한국여성의 맵시를 그대로 나타낸다.

그는 또 굿거리와 자진몰이 장단에 맞춰 즉흥적으로 구사하는 입춤도
보여줄 작정이다.

독무 사이엔 태평무 (이현자) 판소리 (김수연) 대금산조 (원장현)
등을 배치, 악가무를 겸한 풍성한 무대로 꾸민다.

김교수는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민속무용의 특징인 "정중동과
동중정"의 정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