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소비자보호원 서비스팀장>

문) 광주에서 서울로 보낸 컴퓨터를 특송회사를 통해 받았는데 인수후
작동해 보니 부팅이 되지 않았습니다.

특송회사에 통보후 수리업체에 맡겨 알아보니 하드디스크가 외부충격으로
파손되어 교환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하드디스크 교환비용 25만원을 운송업체에 청구하자 검토하겠다더니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운송회사 주장은 소비자가 이상없이 물품을 인수하였고 박스 외관상 전혀
손상이 없었으므로 운송중 발생한 손상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컴퓨터를 운송의뢰해 왔으나 이런 피해는 처음인데
손해배상을 받을 방법은 없는지요.

답) 운송의뢰한 물건의 파손과 관련한 분쟁은 대부분 파손이 운송중
발생한 것인가에 대한 입증문제와 파손품의 가치인정과 관련한 문제로
나누어 집니다.

소비자의 경우는 배상금액보다는 사업자가 운송중 파손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분쟁이 발생한 경우인데 사업자의 주장내용별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품인수시 이상없이 수령한후 나중에 문제를 제기한 부분입니다.

상법 제146조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운송인의 책임은 물건을 인도하고
운임을 수령한때 소멸하지만 운송물에 즉시 발견할수 없는 훼손이나 멸실이
있는 경우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날로부터 2주간내에 운송인에게 통지를
발송한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는 외관상 파손이 없더라도 내부손상이 충분히 있을수 있는
물건이므로 인수하였다는 이유로 운송인의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두번째로 박스 외관상 하자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외부충격에 의해 물건이 파손된 경우 대부분 포장 외관에 손상이
나타나므로 외관상 하자가 없다면 소비자가 다소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것도 물품의 종류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컴퓨터는 외관상 손상이 없을 정도의 일정높이 낙하에 의해서도
하드디스크등은 충분히 손상을 입을수 있는 물품이므로 외상이 없다고
무과실을 주장할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와같은 정밀물품을 운송거절하거나 추가포장 요구없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운송한 사업자에게 보다 많은 책임이 있다 할
것입니다.

나아가 상법 제135조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등에 대해 운송인이
운송을 태만히 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않으면 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물건의 상태 확인없이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현행
관행에는 어느점에서는 사업자가 일정부분 위험부담을 지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다만, 포장을 소비자가 하였고 금번 운송이 그동안 수차례의 운송과
특별히 달리 이루어졌다는 점이 나타나지 않는 점, 하자발견후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요식행위등이 부족한 점등은 소비자에게 다소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정황들을 서로 감안하여 당사자간에 원만히 합의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상대방의 귀책만을 주장하는 것 보다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혜라고 할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