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광고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유머광고는 그동안 국내 광고에서 터부시돼온 장르였다.

광고주가 싫어했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상품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마땅찮아 했다.

하지만 서구에선 유머광고가 매우 보편화돼 있다.

"광고의 기본은 웃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칸이나 클리오 등 세계 최고의 광고영화제 수상작들중 대부분이 유머에
바탕을 둔 광고들이다.

국내에서 유머광고의 장을 열고 있는 광고는 한국이동통신과 KFC광고.

한국이동통신의 "두형사"편과 "사자"편은 유머광고의 진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에서 예상치 못한 극적인 반전은 시청자의
웃음샘을 자극한다.

두형사편의 주인공은 탤런트 채시라와 영화 투캅스에서 타자기에 머리를
쳐대며 경찰의 취조에 반항했던 못말리는 남자 권용운.

형사가 된 두사람은 갱단소굴을 덮치기 직전, 마지막 숨을 가다듬는다.

극도의 긴장으로 두사람의 얼굴은 터질 지경이다.

이 순간 권용운이 차고 있던 휴대폰이 울리고 일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사자"편에서는 두사람이 잠든 사자곁을 살금살금 지나간다.

이때 느닷없이 울리는 전화벨.

둘은 잠이 깬 사자에 쫓겨 나무위로 황급히 올라간다.

이 광고는 언제 어디에서나 잘 걸리는 011의 컨셉트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KFC의 치킨광고도 유머의 극치이다.

도저히 치킨을 먹을수 없는 한계상황에서 KFC를 찾는 "수족관"편과 "요가"
편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두기에 충분하다.

광고를 제작한 오리콤측은 "요가편이 해외에서 수입한 광고가 아니냐"는
문의전화를 수없이 받고 있다며 "이는 유머광고가 히트를 치고 있다는 반증"
이라며 희색이 만면하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동통신과 KFC 광고를 계기로 유머광고가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