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 미도파백화점 영업1부장의 모토는 입사이래 한가지다.

''1차식품 1등되자''는 것이다.

지난 79년 입사후 그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1차식품과 인연을 맺어 왔다.

백화점 식품매장의 모델을 일구어낸 장본인이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통업체에서 1차식품 사들이는 일을 맡고 있으면 애환이 많게 마련이다.

야채 과일 수산물 등 질좋은 1차식품을 남보다 앞서 확보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양''고추를 사러 경상북도 오지인 봉화군 일월산 자락을 누비고 다녔다.

고랭지배추를 구하러 강원도 태백과 민통선지역 ''펀치볼''도 내집 안마당처럼
드나들었다.

언젠가 소를 사기 위해 시골우시장에 들렀다가 줄을 풀고 ''행패''를 부리는
소때문에 병원신세를 질 뻔한 적도 있었다.

한달에 열흘간은 전국 산간오지를 돌아다닌 덕택에 자동차 머플러가 닳아
없어지기도 했다.

식품매입팀원들 자동차는 모두가 그랬다.

회사에서 전륜구동지프를 사줘서 이제는 산간지역 다니기가 다소 편해졌다.

이처럼 부지런했던 덕택에 백화점 식품매장에선 처음으로 얼리지 않은
쇠고기(숙성육)를 92년 상계점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

냉동육판매가 일반적이던 시절이었다.

은갈치 톳 참소라 전복 감귤 등을 사러 제주도를 자주 왕래하다가 남제주군
과 아예 자매결연을 맺어 버렸다.

28일에는 제주 해녀들을 서울로 초청, 판매행사를 연다.

1년에 한차례 열리는 정기행사가 됐다.

1,000만원씩 수입도 올려준다.

"야채의 경우 산지에서 말끔히 가공처리만 된다면 쓰레기와 물류비용을
한꺼번에 줄일 수 있을텐데..."

김부장은 문제해결을 위해 농협이 나서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일식집에서만 맛볼수 있는 복어요리를 대중화시켜 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백화점매장에서 독을 완전히 제거한 복어를 안심하고 살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