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다음달 2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유명환 외무부 북미국장과
로버트 아인혼 미국무부 정치군사국 부차관보가 참석한 가운데 비확산정책
협의회를 갖고 미사일 및 대량파괴무기의 비확산을 위한 양자 및 다자간
차원의 협력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간 쟁점사항은 지난 6월 2차 실무회의 합의사항인
"미국의 미사일 기술이전과 관련한 한국의 대미 보장사항"(일명 한미 미사일
보장서)의 내용조정 문제다.

정부는 특히 사정거리 제한(1백80km)을 규정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보장서
내용을 개정, 순수 민간.산업용 미사일 및 로켓에 대해서는 제한규정을
철폐해줄 것을 미측에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우리측이 구상하고 있는 중장기 우주개발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대한 미국측의 기술이전 등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6월 2차회의 당시 우리측의 미사일보장서 개정요구에
대한 미국측의 답변이 있을 예정이나 미국측은 보장서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미국측은 냉전체제 종식이후 비확산정책이 미국의 일관된
정책임을 강조하고 한국의 장거리미사일개발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규제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측은 특히 한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자체 개발할 경우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에 긴장감을 주는 한편 통일된 한국이 장거리미사일은 물론
화학무기와 핵무기 개발의 잠재력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대해 협상에 임하는 우리 정부측은 현재로선 사정거리 1백80km 이상
군사용 미사일을 개발할 뜻이 전혀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다만 민간용에
대해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향후 미군에 대한 군사적 의존에서 탈피, 우리 나름대로
독자적인 자위능력을 갖추고 국가안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방위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대비, 사정거리 제한규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미사일협상과 관련,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의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가입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1백28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는 MTCR에 가입하면 미사일 개발과 수출은
통제되지만 다른 나라로부터 사정거리 3백km까지의 미사일 개발기술을
이전받는 것은 허용된다.

현재 한국은 MTCR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MTCR이 규정하고
있는 수출통제 등의 의무를 지키고 있는 상태다.

미국측은 한국이 MTCR에 가입하더라도 사정거리 1백80km이상의 미사일에
대한 기술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 우리측과
맞서고 있다.

우리정부는 조건을 달고서는 굳이 MTCR에 가입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무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서 양국이 미사일보장서 개정 등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앞으로 몇차례 더 협상을 벌여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