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97년 경제전망"의 특징은 경기침체가 내년엔
더욱 심화될 것이며 강력한 경제안정화정책을 펴지 않는한 정부가 의도
하는대로 경상수지적자규모를 올해의 절반수준으로 줄이는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내년엔 특히 경기침체의 장기화영향으로 실업률마저 높아질 것으로 나타나
경기침체의 파장이 기업은 물론 일반가계에까지 짙게 드리울 전망이다.

결국 "저성장-고물가-고실업"이 되풀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이
내년엔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은이 내놓은 대책은 강력한 경제안정화정책으로의
전환이다.

한은은 내년 경제정책을 국제수지방어와 물가안정기조를 다져 나가는 방향
으로 잡는다면 국제수지적자를 올해의 60%가량으로 줄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올해보다 낮출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경제성장률의 5%대 추락과 실업률상승을 용인해야만해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책당국이 안정화정책으로 전환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경제성장 ]]]

한은은 지난해 9.0%에 달했던 실질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 올해 6.9%로
낮아진후 내년엔 6.4%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93년(5.8%)이후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기하강영향으로 6.0%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도 기업들의 설비부족이 상당부분 해소된데다 투자심리마저 위축돼
올해(5.5% 증가)보다 낮아진 3.7%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건설투자의 경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투자로 올해(6.0%)보다 다소
높은 6.3%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물량기준 수출은 10.8% 늘어나는데 그쳐 올해(14.2%)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 국제수지 ]]]

내년중 1백80억달러 안팎의 경상적자를 기록, GDP의 3.4%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올 경상적자 예상치(2백20억달러 안팎)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
절대 아니다.

무역수지적자는 수입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수출이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올해 1백40억달러에서 87억달러로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역외및 이전수지적자는 해외여행경비지급증가등으로 올해(80억
달러)보다 늘어난 9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 물가 / 고용 ]]]

소비자물가는 올해의 높은 임금상승과 원화절하, 공공요금을 비롯한
서비스가격의 인상억제등에 따른 상승압력이 현재화되면서 4.7%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4.5%)보다 0.2%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특히 소비자물가상승률에 60%가량 기여하는 서비스요금은 6.3%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도 올해(3.1%)보다 다소 높은 3.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 특히 심각한 문제로 등장할 분야가 실업문제다.

한은은 일단 내년 실업률은 2.2%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장기화영향으로 기업의 감량경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실업률은 의외로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 정책운용방향 ]]]

7% 안팎의 성장을 유지하는데 역점을 둘 경우 경상수지적자는 1백95억달러
로 늘어나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5.2%로 높아진다.

대신 실업률은 올해와 같은 2.0%를 유지할수 있다.

만일 국제수지개선과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할
경우엔 성장률은 다소 떨어지고 실업률은 높아진다.

대신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고 물가상승률을 낮출수 있다.

구체적으로 성장률을 6.0%로 목표로할 경우엔 경상수지적자규모를 1백50억
달러로 줄일수 있으며 소비자물가상승률도 4.5% 낮출수 있다.

성장률을 5.5%로 하향조정하면 경상수지적자는 1백30억달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낮아진다.

대신 실업률은 각각 2.4%와 2.6%로 높아진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