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윤 < 통상산업부 장관 >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불안 요인이 지속되고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와 같이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크게 세가지 문제에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첫째 우리 경제는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을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제 노동력은 더이상 풍부한 자원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고 다른 나라
에서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기술을 복제하는 추종전략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양적확대만으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문화가 체화되어 있는 새로운 경쟁력의
창출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둘째 우리 경제는 작년과 재작년의 호경기에 뒤이어 불경기에 접어드는데에
따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순환과정에서 하강기가 과거 1년 6개월 내외에서 2년 이상
으로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어려움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셋째 우리 경제는 금년들어 과거 70년대의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반도체
쇼크"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는 작년에 우리 수출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의 주종 수출품목
으로 되어 있지만 16메가D램의 가격이 작년 12월의 50달러로부터 현재
10달러선으로 하락함으로써 반도체 부문에서만 당초예상보다 120억달러의
추가적인 무역적자 요인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무역적자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반도체이외 수출품목을 최대한
늘려서 반도체에서의 수출차질을 최대한 보충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국제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고비용구조를 뿌리뽑기 위한 임금.금융.입지
면에서의 전반적인 개혁운동을 재개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대외적인 급속한 변화속에서 활력이 약화되고 있는 수출과
제조업을 보다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6월부터 5차례에 걸쳐 크고작은 대책을 수립 시행해
오고 있지만 단기간내에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비방은 없다고 하겠다.

더욱이 현재의 무역수지적자 확대추세는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결과로서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국내
소비패턴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응만으로 해소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인 근로자 소비자 등 각계의 고통분담
노력과 각고의 개혁의지가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인은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통해 생산성향상과 세계일류화 상품
만들기에 주력하고 근로자는 품질개선과 임금안정노력에 동참하며 소비자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통해 저축증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긍정적인 사고와 검약하는
생활자세를 바탕으로 무역수지의 구조적 개선 노력에 동참한다면 우리
경제는 70년대의 오일쇼크때와 같이 오늘의 어려움도 질적비약을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국민 각자가 맡은 바 업무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요인을 줄여
나가는 "국가경쟁력 10%이상 높이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우리 경제가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다시 활력을 회복하고 무역수지 흑자기반을
앞당겨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당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